서울시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해 6월부터 실시한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구 남산식물원)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일제가 한양도성을 훼손하고 그 위에 지은 조선신궁의 실체를 발견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시는 조선신궁의 여러 건물 중 가장 큰 ‘배전’<사진ㆍ신전에 올라가기 전 절하는 곳>의 콘크리트 기초와 기둥자리를 발견했다. 발굴 규모는 가로 18m, 세로 12m다.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한양도성 유구가 배전 기초에서 지하 2∼3m 깊이에 3∼4단 규모만 남은 것으로 볼 때 조선신궁 부지 조성 시 성곽을 파괴하고 평탄화한 것이 한양도성이 훼손된 1차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조선신궁은 일제가 한국인의 민족 정체성을 탈색하기 위해 1918년 지었으며, 조선총독부, 통감관저, 일본공사관, 헌병사령부의 중심점 역할을 하다가 1945년 일본이 패전한 뒤 자진 철거됐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에서 189.3m의 한양도성 유구도 대규모로 발굴했다. 이번 유구에서는 태조, 세종, 숙종으로 이어지면서 축성ㆍ보수한 과정과 시대별 건축 양식도 확인했다.
또 보고된 적 없는 각자성석 1점을 발견해 글자를 판독한 결과 ‘내자육백척(柰字六百尺)’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남산 회현자락 중앙광장 구간이 한양도성 전체 97구간 중 60번째인 ‘柰’자 구간임을 알 수 있게 됐다.
한양도성의 전체 규모는 18.627㎞로 축조 당시 백악마루를 시점으로 천자문의 천(天)자에서 조(弔)자까지 97자를 순서대로 약 600척마다 성곽에 새겨놓았다. ‘공사실명제’를 통해 각 구간을 철저히 관리했던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한양도성 복원을 위해 2009년부터 남산 회현자락 777m에서 조사를 벌여왔으며 265.7m 구간을 발굴했다. 서울시는 발굴 내용을 토대로 설계, 착공해 2016년까지 복원 공사를 마치고 시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오 국장은 “남산 회현자락은 침략으로 인류문화유산이 훼손된 대표 사례”라면서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앞서 완전성과 진정성을 입증하는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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