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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사에 임상시험 기회(?)’…에볼라 치료제 논란 확산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세계보건기구(WHO)가 시험용 에볼라 치료제 사용을 허가한 가운데, 개발이 진행중인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을 투여받은 스페인 신부가 12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부작용 등을 둘러싼 책임소재와 윤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시험 의약품 사용에 따른 약효와 부작용, 윤리적인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과거 1996년 나이지리아가 뇌수막염으로 큰 피해를 입었을때 불법으로 관련 약품을 시험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나이지리아 북부 카노주는 6개월간 지속된 뇌수막염으로 1만2000명이 사망하는 사태를 맞는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에 화이자는 신생아를 비롯한 100명의 어린이들에게 ‘트로반’(Trovan)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했다. 약을 처방한 결과 11명이 사망했고 수십명이 불구가 됐다. 일부는 뇌손상을 입었다.

회사 측은 이미 50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나이지리아 정부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화이자는 소송에서 약품이 아니라 뇌수막염 자체가 손상을 입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랜 소송전 끝에 카노주와 네 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2011년 수백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을 수 있었다.

나이지리아 의학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화이자의 행위가 나이지리아 국내법을 위반했을 뿐더러 ‘헬싱키 선언’이나 ‘유엔아동권리조약’등의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화이자는 다른 뇌수막염 치료제를 개발해 시판했다. 위협적인 질병 발생 상황이 제약사로서는 절호의 임상 시험 기회가 된 사례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지맵에도 비슷한 상황이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은 지금껏 지맵이 백인 세 명에게 투여가 결정돼 두 사람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프리카에는 보급되지 않았다며 인종차별 논란까지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시험이 끝나지 않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일인지는 논란이 많다.

이에 대해 WHO는 이날 성명에서 “의료 윤리위원회는 에볼라 발병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일정한 조건이 맞는다면 아직 치료나 예방에 있어 그 효과나 부작용 등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시험단계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마리 폴 키에니 WHO 사무부총장은 “WHO는 누가 어느 시점에 어떤 시험용 치료제를 얻게 되는지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이달 말 시험용 치료제에 대한 의료 윤리위원회를 또다시 열어 이용 가능한 시험용 치료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제약회사가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키에니 박사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는 문제는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좋은 의도에서 환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WHO는 이달 말 의료윤리전문가, 면역 및 백신 분야 과학자들로 구성된 의료윤리위원회를 소집,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부작용이 알려지지 않은 시험단계 치료제 허용의 핵심인 치료제의 분배나 투약 우선순위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시험단계의 에볼라 치료제 지맵을 개발한 미국의 제약사 맵바이오제약은 WHO의 결정과는 별도로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나이지리아와 라이베리아 의료진에게 지맵을 이번 주 내로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 후지필름은 원래 독감 치료제로 개발했던 ‘파비피라비르’를 에볼라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장류 실험에서 에볼라 치료 효과가 입증될 경우 바로 투약이 가능하다. 이미 임상 시험을 거쳤기 때문이다.

인체 부작용 우려로 임상 시험이 중단됐던 캐나다 테크미라 제약의 ‘TKM-에볼라’도 에볼라 감염자에게 긴급 투약될 예정이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에볼라 예방 백신은 올가을부터 임상 시험을 거쳐 사용될 예정이다.

현재(9일 기준)까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모두 1848명이며, 사망자는 1013명이다. 국가별로는 기니가 506명 감염에 373명 사망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이어 라이베리아 599명 감염에 323명 사망, 시에라리온 730명 감염에 315명 사망, 나이지리아13명 감염에 2명 사망 등의 순이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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