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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藥이 된 毒? 암 잡을까
“전갈 · 뱀 독 암세포만 제거"
‘뱀이나 전갈이 쏘는 독(毒)이 암을 치료하는 약(藥)이 될 수 있다(?)’

언뜻 미신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생명공학자들이 있어 화제다.

12일(현지시간) CNN 방송은 유독동물의 독을 체내에 주입하면 암세포만 골라 파괴하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일리노이대 연구진에 대해 보도했다.

디판잔 판 일리노이대 생명공학부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뱀, 전갈, 벌침이 갖고 있는 독과 유사한 독 성분들을 합성한 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유독동물의 독이 체내에 들어가면 세포를 공격하는 성질이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다만 화학적 항암치료처럼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진은 암세포만 정밀하게 식별해 제거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벌침독의 주요 성분인 ‘멜리틴’이 체내에 들어가면, 세포막을 파괴해 혈전을 일으키거나 건강한 신경세포나 심근까지 손상시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연구진은 암세포 성장을 막는 데 사용되는 중요 단백질과 펩티드를 독액에서 분리하고, 나노기술을 이용해 이를 극미세 나노입자로 합성해냈다.

이렇게 되면 이론적으론 이 치료제를 체내에 주입하더라도 독 성분이 정상세포 대신 암세포에만 엉겨 붙게 된다. 이를 통해 암세포 성장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고, 또 다른 기관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유방암과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세포를 억제하는 데 성과를 보여 향후 전망을 밝히고 있다.

판 교수는 “봉독 입자는 암 줄기세포의 성장을 멈추는 데 탁월하다”면서 “이 기술을 잘 이용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어 “쥐와 돼지를 대상으로 이 기술을 시험한 뒤, 결과가 좋으면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할 것”이라면서 “향후 3~5년 안에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이번주에 열리는 미국화학학회(ACS) 콘퍼런스에 제출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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