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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보는 교황 방한 메시지〕 “개인존엄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는 하느님에 대한 복수”
〔헤럴드경제=이형석〕“교황은 정치 지도자가 아니고 종교적·정신적 지도자다. 교황은 최근 이라크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해 화해를 이야기해 왔다. 방한 때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전쟁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군비 경쟁 대신 평화와 화해, 상호 이해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분단국이기 때문에 이 점이 더욱 중요하다. 남북 분단으로 한국인들이 많이 고통을 받았고 분단은 한국인의 정신과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기다려 달라.”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14~18일)을 이틀 앞두고 그가 어느 곳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에 전세계와 한국민들의 눈길이 그의 입과 발에 쏠려 있는 가운데,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11일(현지시간) 교황청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내용이다. 롬바르디 신부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바티칸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요즘 한국이나 아시아의 많은 젊은이들이 문화, 노동, 세속화, 물질주의, 신앙의 문제 등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와 그들이 사는 상황에 대해서, 즉 한국과 아시아의 문제들에 대해서 교황이 적절한 답변들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을 맞는 한국민들에게 “교황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고 현재 어떤 문제가 있는지 돌이켜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에서의 4박 5일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즉위 후 그의 강론을 모은 권고문 ‘복음의 기쁨’(공식 한국어 번역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한국에서 전할 ‘말씀’을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가장 주된 자료다. 그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총체적으로 기술한 이 권고문에서 “인간의 개인적 존엄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는 하느님에 대한 복수를 의미하고, 그것은 곧 모든 개인을 창조하신 창조주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빈자와 약자들에 대한 배척과 불평등, 폭력을 낳는 규제없는 자본주의와 세속화된 문화, 물질주의 등을 개인적 존엄을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교황은 14일 한국 도착 직후 청와대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문에서 “정치는 종종 폄하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고결한 분야이고, 그것이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한 사람을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아울러 “더 이상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과 보이지 않는 힘을 신뢰할 수 없다”며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단순한 복지 정책을 초월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의 지론대로 “시장과 자본투기의 절대적 자율성을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를 제재할 수 있는 ‘국가의 권리와 책무’를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권고문에서 “사회의 공공선을 지키고 독려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각국을 대표하는 청년들과의 만남, 전체 참여자와의 대담, 폐막식 참여 등이 예정된 아시아 청년대회에서는 젊은층이 당면한 실업, 세속적인 문화, 결혼 문제, 신앙인으로서의 사명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우리는 ‘일자리 없는 세대’를 양산하게 될 큰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개인의 존엄성은 일을 통해 자립하는 데서 생기는데, (이러한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노동시장이 청년들을 버려질 일회용(disposable)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모두 이 일회용 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세상 모든 것이 버려질 수 있다는 사고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집전하는 대규모 미사로는 15일 광복절에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있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초청돼 면담까지 예정돼 있다. 그는 권고문에서 스스로 “모두의 고통을 헤아리는 분”이자 “모든 이의 어머니”이며 “정의를지키느라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희망의 징표”라고 칭한 성모의 이름으로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유가족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참사를 낳은 “끝도 모르게 확대된 권력과 소유에 대한 욕망” “비리와 탈세의 만연” “이득을 위해서라면 모조리 집어삼키려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신격화된 시장”등에 대한 성찰과 비판의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과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는 아시아에서 한국 가톨릭의 역사와 역할, 순교의 의미,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국의 사제와 7대 종단 지도자를 직접 만나고 쌍용차 해고자, 제주 강정주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등은 미사에 초청했다. 그는 사제들에게는 “좁은 곳에 갇혀 자기 안위에만 집착하는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 거리로 나와 다치고 멍들고 더러워진 교회”의 사명을, 타종교 지도자들과는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간의 대화” “서로 연대하고 정의와 평화에 이바지하기 위한 종교적 교류”, 다원주의와 종교의 자유의 존중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문제 대한 교회의 입장이 “누구에게도 소용없는 일반론에 그쳐서는 안된다”며 “복잡한 현재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자와 약자들을 위해 복음이 존재함을 역설한 그가 한국에서 던질 ‘구체적 메시지’에 귀가 쏠리는 이유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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