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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예뻐서”…옷ㆍ신발ㆍ가방이 된 그림
-‘여자 그리는 화가’ 육심원, 삼청동 빌라 육심원 오픈
-마리킴, 패션업계와 잇단 콜라보…샤넬백 든 공주 선보여

[헤럴드경제=김아미]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는 복수를 위해 커스터마이징 한 바로크 스타일의 권총을 보며 말한다. “예뻐야 해, 뭐든지.”

예쁜 것을 좋아하고 예뻐지고 싶은 소녀들이 있었다. 점심을 떡볶이로 때워서라도, 엄마가 주신 학원비를 ‘삥땅’해서라도, 사고 싶은 예쁜 옷을 기어이 사고야 말았던 소녀들은 이제 유명한 화가가 됐다. 그리고 여전히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여성들의 동경과 욕망을 ‘여자 그림’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삼청동 빌라 육심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화가 육심원 [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 육심원(41)은 2010년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육심원’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그는 지난 6일 갤러리와 아트숍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공간 ‘삼청동 빌라 육심원’을 오픈하며 다이어리 같은 아트상품은 물론 가방, 티셔츠, 선그라스까지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사업가로 변신했다.

2011년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 앨범 자켓을 그려 화제가 된 팝아티스트 마리킴(37)은 코오롱FnC의 슈즈브랜드 ‘슈콤마보니’, ‘유니클로’ 등 다양한 브랜드들의 한정판(Limited edition) 아트워크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미술계는 물론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영국 샤인아티스트갤러리(ShineArtistGallery)는 그의 작품 ‘샤넬백 든 공주’ 시리즈를 뉴욕 롱아일랜드의 ‘사우스햄튼 아트페어’에 출품하기도 했다.

▶패션 브랜드가 된 ‘육심원’…“세상 모든 여자들은 공주다”=“여자들은 예쁜 옷 차려입고 꾸미면서 흥분되잖아요. 오늘은 내가 좀 예쁜 것 같네 하면서요. 그럴 때가 가장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육심원의 그림 속에 등장한 여성들은 핑크빛 볼터치로 상기된 표정이 더욱 강조돼 있다. 그저 예쁜 여자 그림인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넒은 미간에 찢어진 입 등이 일반적인 여성들의 미의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다. 화가 육심원은 ‘육심원의 여자’들이 예뻐 보이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표정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헤어부터 메이크업, 의상까지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당당함에 있다고 말한다.

육심원의 2014 F/W 더블스터드백. [사진제공=육심원]

10대 소녀들이나 좋아할 것 같은 육심원 브랜드는 사실 10대부터 60대까지 구매 연령대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고객의 95%가 여성들이다.

10대 딸과 함께 육심원 아트숍에 들른 40대 여성은 “사는 것도 팍팍한데 이 그림들을 보면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예쁘니까”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삼청동 빌라 육심원 갤러리에 선보인 그의 신작들에는 1920년대 자유분방하면서도 고혹적인 ‘플래퍼룩(Flapper look)’ 스타일의 여자 그림들이 다수 등장했다. 잘룩한 허리선에 과장된 실루엣의 플래퍼 드레스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두른 그림 속 여자들은 영화 ‘위대한 갯츠비’의 캐리 멀리건이 역할을 맡았던 데이지를 연상케 한다. 

“지금은 남녀 의상의 구분이 없고 실용성이 많이 강조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1920년대나 1960년대 풍요로운 시대의 화려하고 예쁜 옷들, 여자만이 입을 수 있는 여자 옷들이 좋아요.”

아트상품을 위해 그린 그림인 것 같지만 사실 육심원은 작품 1호당(우편엽서 크기) 50만원을 호가하는 ‘몸값 비싼’ 작가다. 패션 브랜드 사업을 런칭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 해 쉽게 파는 것보다 제대로 만들어 제 값에 판매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최근 출시한 스터드백 역시 가방 브랜드 MCM이 만드는 공장에서 제작했다. 

인사아트센터 전시장에서 만난 팝아티스트 마리킴 [사진제공=김나라 사진작가/art_nk330@naver.com]

모스키노의 스웨터, 랑방의 팬츠를 즐겨 입는 육심원은 “내게 패션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는 입고 싶은 옷, 갖고 싶은 옷, 새로 산 옷을 모두 그림으로 그린다.

예쁜 옷 입은 육심원의 여자들을 화가 육심원은 ‘공주’라고 표현했다.

“모든 여자들이 아름다운 공주였으면 좋겠어요. 나는 공주, 너는 시녀가 아니라 말이죠. 그래야 세상이 아름다워지지 않겠어요?”

▶패션 브랜드들의 뮤즈 마리킴…“샤넬백은 알면서 먹는 독사과”=“저에게 패션은 밥보다 중요한 거죠. 옷을 사러 가면 배가 안 고파요.”

‘아이돌(Eyedoll)’이라는 이름의 눈 큰 여자 캐릭터가 인형놀이 하듯 매번 옷을 갈아입는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마리킴은 미술계는 물론 패션업계,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도 알아주는 패셔니스타다. 자칭 ‘쇼핑광’이라고 말하는 마리킴은 쇼핑을 너무 좋아해 옷부터 액세서리까지 작은 것 하나라도 안 사는 날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 입은 티셔츠요? H&M에서 1만5000원 주고 샀는데 어제 가보니 3000원에 세일을 하는 거에요. 아까워 죽겠어요.“

지난 8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판타스마고리아’ 그룹 전시회에서 만난 마리킴은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패션 스타일도 화려해 럭셔리 브랜드를 사들이며 ‘사치’를 즐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영 딴판이었다. 이날 입은 스커트도 동대문에서 ‘바잉(Buying)’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아트페어에 출품된 그의 작품들은 코코 샤넬을 비롯해 샤넬백을 든 디즈니의 여자 캐릭터들이다. 눈 큰 소녀들은 샤넬의 트위드 재킷에 진주목걸이를 칭칭 감고 있거나 샤넬의 유리구두, 샤넬의 퀼팅 백을 들고 있다. 

마리킴은 샤넬백을 든 백설공주 등을 통해 여성들의 패션에 대한 욕망을 담았다. [사진제공=마리킴]

여성들에게 샤넬은 뭘까. 마리킴은 “백설공주가 알면서도 먹는 독사과”라고 표현했다. 너무 비싸지만 너무나 갖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 그 자체라는 것이다.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 그룹전에 참가하면서 일약 ‘팝아트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한 마리킴은 사실 외국계 갤러리들이 먼저 그 진가를 알아본 작가다.

호주에서 10년 거주하다가 2006년에 한국으로 들어온 마리킴의 목표는 상업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귀국후 1~2년 동안 하루에 한 점씩 그림을 그려 블로그에 올린 것을 외국계 갤러리들이 보고 잇달아 전시회 요청을 하면서 미술계에서 먼저 알려지게 됐다. 그는 최근 대중문화 분야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게 된 것이 애초에 의도했던 작업 방향이었다며 미술계 일부의 ‘곱지 않은 시선’을 오히려 즐거워했다.

스스로가 패셔니스타이면서 패셔너블한 여자 그림으로 이미 브랜드 런칭 콜을 무수히 받고 있는 마리킴은 정작 이에 대해 신중함을 보였다.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런칭 계획도 있죠. 하지만 헬로키티, 스누피처럼 스토리가 있고 철학이 있는 롱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팬시용품 같은 것으로 이미지만 팔고 끝나고 싶지는 않아요.”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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