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2014년 기술금융 활성화 방안이 낯설지 않은 이유
[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제대로 평가가 될지 모르겠고 담보로 설정한 기술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습니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의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권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은행 임원은 기자에게 이런 속내를 털어놨다. 정부가 담보ㆍ보증 위주의 금융대출관행을 바꾸겠다며 기술금융을 압박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는 고민이었다.

순간 어디선가 같은 말을 들어본 기억이 났다. 몇 달 전 한 금융기관의 여신담당 임원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정부정책 중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얘기를 기자와 했었다. 이 임원은 앞의 임원과 똑같은 고민을 털어놓으며 “동산담보대출이 쉽지 않다”고 했다.

동산담보대출은 2012년 8월, 정부가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을 바꿔 부동산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기계ㆍ기구, 매출채권은 물론 소ㆍ돼지ㆍ쌀 등 농수축산물도 담보로 인정해줬다.

파격적인 정책이었다. 시행 초기 대출실적은 월 1000억원이 넘었다. 금방이라도 금융기관의 고질병이던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방식을 바꾸고 중소기업의 자금 숨통이 트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입 1년 후 관련 대출 실적은 월 300억~500억원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도입 2주년을 맞은 이 달엔 200억~3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확대 도입될 예정이던 저축은행업계에선 감감무소식이고 작년 10월 떠밀려(?) 동산담보대출을 도입한 보험사들의 관련 실적은 ‘0’건이다.

이유는 있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공을 들였지만 자생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했다. 동산담보대출 제도는 도입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담보물에 대한 평가와 담보물의 처분경로가 미비하다. 동산이라는 점 때문에 담보물 관리와 위험감수 비용은 큰데 대출금리는 낮게 받으니 취급하려는 금융기관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정책금융’ 도움 없이는 자생이 어려운 실정인 셈이다. 시도는 좋았지만 너무 급했고 일방적이었다.

최근 휴가철에도 금융당국은 바빴다.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현장간담회를 일주일새 2번이나 가졌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진행된 두 번째 간담회에서 “3년 내 기술금융을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대출금리보전, 기술평가료 인하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하지만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기술가치평가시스템, 제도적 인프라, 전문인력 육성 등의 방안은 두루뭉술했다.

정책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오랜 관행을 깨려면 더욱 그렇다. 3년 내 정착보다는 3년 이후 지속력을 키우는 방안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기관 보신주의 타파를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도 이게 아닐까.

hhj6386@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