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色 좋다”며 관상용까지…
45조 중 유통은 10조원 안팎
최근 강남 소재 한 시중은행의 PB센터장은 평소 거래하던 자산가로부터 ‘색다른’ 주문을 받은 적이 있다.
5만원권으로 1억원을 교환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어디에 쓰실거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그냥 집에 보관하려한다는 당황스런 답변을 들었다.
최근 은행 PB(private bank)센터에선 고액자산가들에게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5만원권을 조달해주는 신종 서비스가 등장했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발표 이후 금융거래 조사가 강화되면서 자산가들 중심으로 과세망을 피해 차라리 보관이 용이한 5만원권으로 인출해 놓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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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의 고객팀장은 “5만원권이 골드색이어서 때깔이 좋아 그냥 집에서 관상용으로 두겠다는 손님도 적지 않다”며 “또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최고액권인 5만원권의 인기는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5만원권은 발행 5년만에 빠른 속도로 보급돼 유통화폐 잔액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국민화폐’로 자리매김했다. 6월말 기준 5년간 시중에 뿌려진 5만원권 총액은 45조396억2100만원으로 장수로 따지면 9억100만장이다. 20세 이상 대한민국 성인 1인당 평균 23장씩이나 갖고 있는 셈인데 정작 수중에는 5만원권을 만지기가 어렵다. 5만원권의 하루 인출량에 제한을 걸어놓는 은행들이 늘고 있고, 명절 전후로는 품귀 현상마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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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위 관계자는 “5만원권이 주로 사설카지노, 화상경마장 인근 은행 지점에 몰려있다는 동향은 보고받았지만 정확히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부자들이 5만원권을 자기 금고에 넣어두려는 추세도 5만원권 실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만원권 발행 이후 개인금고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한달 평균 30대 정도 팔리던 개인금고는 2010년에는 월평균 550대, 2011년에는 780대로 늘다가 올 1~5월엔 판매 대수가 1500대까지 증가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