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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애플 소송 철회…삼성전자 ‘시스템LSI’ 살리기-애플 ‘잡스 유산’ 걷어내기…윈윈될 전망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삼성전자와 애플(미국)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두 회사가 진행해온 모든 특허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당장 삼성전자는 옛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과 빠르게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애플도 껄끄러웠던 삼성전자와 관계를 회복하면서, 고(故) 스티브 잡스 창업자의 유산을 덜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은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실적 개선이다. 반도체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생산 예정인 스마트폰과 모바일 기기에 들어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9’ 생산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 TSMC(대만)와 삼성전자의 6대 4의 비율로 수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회사)인 애플은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했던 삼성전자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는 ‘A4’부터 ‘A7’까지 애플의 모바일 기기용 AP를 생산하며 비메모리 반도체 실력을 길렀고, 실적도 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항마로 떠오르자 애플의 태도는 달라졌다. 애플은 점차 모바일 AP 수주 물량을 줄여갔고, 이번에 생산되는 ‘아이폰6’용 모바일 AP인 ‘A8’ 생산에는 삼성전자를 아예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9.2%로 4위다. 1위 업체인 TSMC(46.3%ㆍ이상 IC인사이트 자료)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사업 주축인 시스템LSI사업부도 실적이 부진하다. 때문에 애플과 관계 개선은 시스템LSI사업부의 부활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애플도 ‘잡스의 유산’에서 빠져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잡스에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은 잡스가 사망하기 6개월 전 시작한 삼성전자와 특허소송 전쟁에서 다소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공정 등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삼성전자의 수주 물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애플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못 될 뿐 아니라 아직까지 대내외적으로 남아있는 잡스의 이름을 걷어내고 애플을 새롭게 재편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구글과 스마트폰 기술을 놓고 미국과 유럽에서 벌인 특허 소송 20건을 모두 취하하기로 지난 5월 합의했다. 이 소송은 역시 잡스가 살아 있던 2010년 모토로라가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애플이 맞서 반소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때문에 두 회사의 이번 합의가 화해로 본격적으로 이어진다면, 서로 ‘윈윈’을 넘어 밀월관계로 연결될 가능성도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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