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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황장애 환자 70만명 어떻게 해야하나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식은 땀이 나고 가슴이 꽉 조이는 것 같으면서 꼭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더라구요. 어지럽고 손 발이 저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다시 또 그런 일이 생길까봐 불안해요.”

올해 37세인 회사원 윤철호(가명) 씨는 최근 6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했다. 첫 증상이 있었던 것은 저녁 늦게 귀가해 아내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쉬던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심한 호흡곤란과 두근거림이 몰려와서 ‘사람이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심장내과를 찾아가 정밀검사를 받았으나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 후로 시도 때도 없이 그런 증상이 나타나고 빈도도 점차잦아지자, 결국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정신과를 방문,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 공황장애, 얼마나 흔한 병인가?

현대인에게 공황장애는 그리 낯선 질병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5~5%가 일생에 한 번은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다. 적게 잡아도 우리나라에만 70만명 정도의 공황장애 환자가 있는 셈이다.

공황장애는 전조증상이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무섭고 고통스러운 증상들이 나타나지는 않는가? 이러한 무서운 느낌이 다시 올까봐 예전에는 마음 편히 했던 일들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지는 않는가? 지하철을 타거나 붐비는 백화점에 들어갈 때면 미리부터 걱정하고 두려워하게 되는가?

이같은 현상이 기습적으로 닥쳐올 때 이를 ‘공황발작’이라고 말한다. 또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경우를 ‘공황장애’라고 한다.

▶죽을 거 같은 느낌 반복... 심근경색 증상과 비슷해 구별 필요

공황발작의 양상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의 심장질환과 비슷해 혹시나 심장마비로 죽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시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다. 공황장애가 있으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 계통에 일시적인 변화가 일어나서 여러 가지 증상을 겪게 되지만 공황발작이 그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

공황장애는 분명 ‘불안’하고 ‘불편’한 병이지만 그 증상 때문에 목숨을 잃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계속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척 ‘힘들고 불편’할 수 있는 병이다. 하지만 다른 질환, 특히 심장질환이나 내분비계통의 이상 여부에 대한 검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 질환은 공황발작과 증상이 비슷하다.

따라서 외래나 응급실 등에서 혈액검사, 흉부 X-선 촬영,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이러한 신체질환들을 배제하게 된다. 그러나 공황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공황장애는, 전조증상(부속 박스 참조)이 반복되고, 이후에 또 공황발작이 올까봐 지속적으로 근심하거나, 공황발작 또는 그 결과(자제력 상실, 심장마비, 미칠 것 같은 공포 등)에 대해 걱정하거나 공황발작에 의한 심각한 행동변화(출근이나 외출을 하지 못하는 등)의 3가지 중 한가지 이상이 적어도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 진단이 내려진다.


▶ 공황장애가 불러오는 2차적인 증상들

공황장애의 초기에는 간헐적인 공황발작만이 있지만, 만성화되는 경우에는 다양한 2차적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환자들이 더 큰괴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으로는 예기불안, 광장공포증, 우울증과 자살, 알콜중독과 약물남용 등을 들 수 있다.

① 예기불안- “그 끔찍한 발작을 또 맞으면 어쩌지”

공황발작은 한번 경험하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다. 이런 끔찍한 일을 반복적으로 당하게 되면, 언제 올지 모르는 발작에 대해 항상 불안해지게 된다. 결국 공황발작이 없는 평소에도 지속적인 불안감이 나타나게 되고, 중요한 자리나 사람들이 많이 보는 장소에서 불안감은 더욱 심해지게 된다.

지속적인 예기불안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몹시 지치고 힘들고 업무 및 학업능률이 저하되며, 심한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② 광장공포증-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는 무서워”

공황장애 환자의 50% 이상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광장공포증으로 진행된다. 결국 사람들이 붐비는 백화점, 극장, 음악회장, 시내의 거리를 다닐 수 없게 된다. 또 차량 통행이 많은 길이나 터널에서 운전을 할 수가 없으며,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간다. 공황장애는 이처럼 심각한 사회생활의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③ 우울증과 자살, 술과 약물-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조기 치료를 받지 않은 만성적인 공황장애 환자들은 머지않아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한다. 시도 때도 없이 무서운 공황발작은 일어나고 직장에도 나가기 힘들고, 이러한 무기력한 생활을 봐주던 가족도 지치게 되면 이래저래 잔소리가 늘게 된다.

정신과가 아닌 일반병원에 가면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도 않아 자칫 꾀병 환자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아무런 의욕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삶은 고통의 현장으로 변하고 이에 대한 도피처로 죽음이나 술, 마약 등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메인부속 박스>공황장애 진단은 어떻게 하나요?

1. 맥박이 빨라지거나 심장 박동이 심하게 느껴진다.

2. 땀이 많이 난다.

3. 떨리고 전율감이 느껴진다.

4. 숨이 가빠지거나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5. 질식할 것 같다.

6. 가슴이 답답하거나 통증을 느낀다.

7. 토할 것 같거나 복부 불편감이 있다.

8. 현기증을 느끼거나 머리가 띵하나.

9. 비현실감이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0. 자제력을 잃게 되거나 미쳐버릴까봐 두렵다.

11. 죽을 것 같아 두렵다.

12. 마비감이나 손발이 찌릿찌릿 거리는 느낌 등의 감각이상이 있다.

13. 오한이 나거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이들 13개 항목의 증상중 최소한 4개 혹은 그 이상이 체크되면 공황발작을 경험한 것이다.

<도움말 :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과 전덕인 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교수>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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