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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퀵체인지<의상 갈아입기 · 변장> 무려 261차례…화려한 무대 뒤편은 전쟁터
쇼 뮤지컬‘ 프리실라’백스테이지 엿보기
형형색색의 의상이 특징인 쇼뮤지컬답게…옷 500벌 · 모자 200개 · 신발 200켤레 등장
의상팀 11명이 상주하며 퀵체인지 도와…배우 · 스태프 수십명 뒤엉켜 아수라장 방불

무대의상 대부분은 외국서 빌려온 것…특수원단의 경우 호주서 직접 조달하기도


“조권씨가 은색 반짝이 의상으로 갈아입고 버스 지붕 위로 올라가고 있을 때 뒤에서 따라가며 지퍼를 올려주기도 했죠. 조성하씨가 조권씨의 수영복을 입고 나가는 바람에 조권씨에게 급히 다른 배우의 수영복을 가져다 입힌 적도 있어요”

지난 1일 공연 시작 4시간 전에 찾아간 뮤지컬 ‘프리실라’의 백스테이지는 조용했다. 하지만 공연 준비에 한창이던 의상팀 관계자는 막이 오르면 급박해지는 순간들을 전하며 벌써부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프리실라’는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1970~80년대 유행한 디스코 음악과 춤을 선보이는 쇼뮤지컬이다. 관객들이 신나게 웃고 즐기는 동안 무대 뒤편은 다음 장면을 준비하는 배우들과 50여명에 달하는 스태프들이 엉켜 전쟁터가 된다.

뮤지컬‘ 프리실라’ 공연 전 백스테이지에서 의상팀 관계자가 무대의상들을 점검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























세명의 여장남자가 주인공인 ‘프리실라’는 500벌에 달하는 의상, 200개의 모자장식, 200켤레의 신발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두시간 가량의 공연 시간 동안 무려 261번의 퀵체인지(변장)가 이뤄진다. 호주 뮤지컬 ‘프리실라’는 호주를 비롯 미국, 영국 등 주요 뮤지컬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휩쓸었다.

국내 공연의 의상 관리 등을 총괄하는 안현주 의상 수퍼바이저는 “여태까지 ‘위키드’ ‘헤드윅’ ‘오페라의 유령’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프리실라’는 최고의 퀵체인지 공연”이라며 “백스테이지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전쟁터 혹은 아수라장”이라고 말했다. 공연 도중 주인공 버나뎃은 14벌, 틱은 24벌, 아담은 22벌의 의상을 갈아입는다. 뮤지컬 ‘위키드’의 주인공들이 7벌 정도 갈아입는 것에 비하면 두세배에 달하는 것이다.

몸에 딱 붙는 옷들을 입고 춤을 추다보니 비오듯 땀이 쏟아지지만, 땀을 닦고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다. “공연 시작한지 10분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끝났네”라고 말하는 배우도 있다고 한다.

안현주 의상 슈퍼바이저

‘프리실라’ 공연에는 11명의 의상팀원들이 상주하며 배우들의 퀵체인지를 돕는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버나뎃은 호피무늬 드레스를 입고 ‘난 괜찮아’에 맞춰 춤을 춘다. 이어 버나뎃은 뒤에 있는 검은 막 뒤로 사라진 뒤 30여초만에 나팔바지같은 아래통이 넓은 검비(만화 캐릭터) 의상을 입고 나온다. 검은 막 속에 숨어있던 의상팀원들의 빠른 손길이 퀵체인지의 비밀이다.

배우와 의상팀원들이 너무 바쁘다보니 옷을 갈아입을 때 마이크를 건드리는지 감시하는 음향팀원마저도 의상체인지를 거들 정도다. 조성하와 조권이 수영복을 바꿔 입은 것도 의상에 적힌 이름 중 ‘조’만 확인하고 입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상이 많은데다 부피가 커서 공연 초반에는 2막에 등장하는 의상들을 백스테이지 천장에 매달아놓기도 했다. 인터미션 때 내렸다 다시 올리는 것이 번거로워 지금은 백스테이지와 분장실을 사이에 있는 복도에까지 행거를 놓고 의상을 걸어놨다.

‘프리실라’에는 컵케익, 페인트붓 등을 본따 만든 의상이 등장하는가 하면 커튼콜 때는 코알라, 타조 등 호주의 동물들을 표현한 의상이 총출동한다. 주인공 세명은 오페라하우스를 형상화한 옷을 입고 나온다. 타조 머리처럼 만든 가발은 길이가 50㎝에 달해 배우가 중심을 잡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화환처럼 꽃장식이 수북이 달린 무거운 가발을 쓰고 춤을 춰야하는 배우들은 “목디스크에 걸리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안 수퍼바이저는 “이런 의상들은 의상이라기보다는 ‘조형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대부분의 의상은 해외 프로덕션에서 빌려왔다. 외국에서는 보통 한 배역에 배우 한명만 캐스팅하기 때문에 의상을 한벌이나 두벌씩만 제작한다. 국내 공연에서는 주인공 세명 모두 트리플 캐스팅이 이뤄져, 모자라는 의상은 국내에서 직접 제작했다. 검비 의상에 쓰이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라이크라 원단의 경우 국내에 없어서 호주에서 공수해오기도 했다.

뮤지컬에서는 음악과 스토리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프리실라’는 의상의 역할도 적지 않다. 단순한 옷이 아니라 각각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 수퍼바이저는 “예컨대 우아하게 늙고 싶어하는 버나뎃은 골드나 보라색, 이성애자에서 동성애자로 변하는 틱은 중성적인 느낌의 주황색이나 녹색, 예쁘고 튀고 싶어하는 아담은 핑크나 노란색 위주의 의상을 입는다”며 “노래를 들으면서 의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연의 재미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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