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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병영문화 쇄신 ‘군 셀프’ 로는 안된다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후폭풍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조폭세계를 뺨치는 살인적 폭력에 우리의 아들들이 노출돼 있다는 사실도 충격적인데 군이 이번 사건을 쉬쉬하며 덮으려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윤 일병 사건으로 부모들 사이에선 “불안해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겠느냐”는 말이 퍼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입대 예정 젊은이들의 가족이 나서 입대를 보류시키고 시스템 개선 약속을 받은 뒤 군에 보낼지 결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방부가 4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한 윤 일병 사망사건 보고를 보면, 군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일반 사망사건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사망사건 다음날인 4월7일 28사단 헌병은 선임병들이 윤 일병을 어떻게 폭행했는지 확인했고, 5월2일 피의자 기소 때는 군검찰이 윤 일병에 대한 지속적인 폭행과 가혹행위, 그리고 간부의 폭행 방조 사실까지 파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윤 일병 사망 다음날 ‘윤 일병이 선임병들에게 맞고 쓰러진 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숨졌다’고 언론에 알리고는 이후 드러난 윤 일병에 대한 상습 폭행과 가혹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결국 사건 내용은 7월31일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을 통해서야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다. 시민단체가 나서지 않았다면 사건의 진상이 묻혔을 지도 모른다. 힘없는 서민 이라면 군대에 간 아들이 변을 당해도 곡절 조차 알기 어려운 게 대한민국 군대라니 참담한 노릇이다. 오죽하면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이 “차라리 엄마에게 이를 수 있도록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지급하라”고 했겠는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가혹행위로 꽃다운 나이의 병사가 숨진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구타와 집단괴롭힘 등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거나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하는 사고가 수시로 반복돼 왔다. 그럴 때 마다 군 당국은 병영문화 개선 대책을 외쳤다. 1999년 신병영문화 창달방안에 이어 2003년 병영생활 행동강령과 사고예방 종합 대책, 2005년 선진 병영문화 비전, 2012년 병영문화선진화 방안 등이다. 그런데 지금 병영문화가 얼마나 나아졌는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대 국민 사과문에서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를 6일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군 스스로의 셀프개혁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 위원회가 민간 주도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 대통령도 병영 혁신을 범 국가적 차원의 의제로 인식하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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