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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과 환상으로 직조한 실험적 서사, 현대문학 거장 이탈로 칼비노 전집 6권 출간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20세기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이자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의 소설 6권이 최근 동시 출간됐다. 민음사가 총 13권으로 완간 예정인 전집의 1차분으로 국내 초역인 ‘교차된 운명의 성’과‘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등 2권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및 단행본으로 출간됐던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이상 이현경ㆍ김운찬 옮김) 등 4권이 포함됐다.

이탈로 칼비노는 환상적인 우화를 통해 현대 사회와 인간들의 민낯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일련의 작품으로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이자 ‘현대 이탈리아 소설의 진면목인 환성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가’라는 평을 얻었다. 제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린 네오리얼리즘 경향의 소설로 출발해 환상과 알레고리로 가득찬 소설을 거쳐 서사 양식 자체의 혁신을 시도한 실험적인 작품들로 세계를 확장해갔다. 


이번에 출간된 전집 6권은 이탈로 칼비노의 몇 가지 작품 경향을 한 눈에 보여주는 소설들이다. 23세의 젊은 나이에 발표해 단숨에 유럽 문단의 주목을 받은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은 네오리얼리즘 경향을 띤다. 독일 치하 이탈리아 빈민가의 소년이 주인공으로 매춘부 누나와 함께 사는 그는 어린 아이와 어른의 세계 사이에 낀 존재다. 그는 선술집의 음담패설과 훔친 권총, 유격대원으로 상징되는 성인 세계로 진입을 시도하지만, 그토록 동경하던 세계에서 마주한 것은 참담한 현실의 얼굴이었다.

‘반쪼가리 자작’과 ‘나무 위의 남작’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백미인 작품들로 ‘우리의 선조들’ 3부작으로 꼽힌다. ‘반쪼가리 자작’은 극단의 선과 악으로 몸이 반쪽씩 분리된 남자의 이야기다. ‘나무 위의 남작’은 아버지에 반발해 나무 위에 올라가 평생 살기로 한 주인공의 삶을 담았다. 아버지의 세계에 대한 환멸때문에 다시는 땅에 발을 딛지 않기로 했지만, 인간들로부터 한발 떨어진 덕분에 사회의 갖가지 문제에 대해 지혜와 통찰을 갖게 되고, 나무 위에서의 발명과 독서, 연구로 세상 을 이롭게 하던 중 일생 일대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갑옷 안에 머물게 된 기사와 존재하지만 존재에 대한 자각이 없어 백치인 또 다른 기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번에 국내 초역된 ‘교차된 운명의 성’과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는 실험적 서사를 보여준다. ‘교차된 운명의 성’은 타로 카드의 그림을 텍스트 안으로 끌어들여 이미지와 문자 사이에 긴장과 거리를 만들어내고, 독자-작가-화자의 위치를 재구성해 다양한 해석과 이야기가 가능하도록 한 작품이다. ‘어느 밤 한 여행자가’는 끊임없이 첫 장만 반복되는 소설을 읽게 된 한 남성독자가 직접 소설의 전체 이야기를 찾아나서며 겪는 ‘모험담’으로, 독자 자신이 소설 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되고, 스스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경험을 통해 역시 작가-화자-독자의 전통적인 지위를 해체하고 텍스트의 지평을 확장한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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