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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 ‘흑자도산 포비아’ 확산
운전자금 대출 눈덩이→성장 둔화 악순환 현실화
상환압박에 新성장동력 창출실패…업황전망건강도지수도 2년來 최저
대기업 전방산업 설비투자 확대…낙수효과 극대화…中企지원 필요



# 경기도 일산에서 유아용품을 생산하는 A 중소기업 대표 안 모 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수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판로를 물색, 홍콩에서 총 50억원대의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바이어를 만났지만 당장 올 하반기까지 공급 물량을 맞추기에는 생산설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미래를 위해 과감히 설비투자에 나서고 싶지만, 지난 2012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받은 7억여원의 운전자금 대출이 발목을 잡았다. 안 씨는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내수시장 축소로 경영이 급격히 악화돼 운전자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초창기 받은 운전자금은 이미 상환이 시작돼 여유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렵고, 추가 시설자금 대출도 불가한 상황이어서 설비를 확대하려면 사채라도 써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운전자금 대출누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성장 둔화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수년간 지속된 경기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해 설비투자는 줄이고 운전자금 유치에 집중해온 중소기업들이 대출상환 압박에 쫓겨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상공인 4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상반기 경영실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중소상공인은 65.4%에 달하며, 이 중 80.1%가 자금 상환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원금상환 불능, 이자만 납부’한다는 응답이 43.9%로 가장 많았고, ‘원금 일부 상환’(23.9%), ‘상환 자체가 어려움’(7.9%), ‘연체발생’(5.3%) 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중소기업의 경기전망이 2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는 등 하반기 경영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 1377개를 대상으로 8월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 100이상이면 경기호전 전망)를 조사한 결과, 81.6으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며 “내수부진 지속, 환율하락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방 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해 ‘낙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관계형 금융’ 시스템의 강화로 성장성을 가진 중소기업에는 추가 설비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의 중소 제조업체 대부분은 대기업의 협력업체”라며 “대기업의 전방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중소기업의 경영개선 및 추가 설비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ㆍ소상공인지원팀 관계자 역시 “중요한 것은 재무재표나 과거 매출 등 장량적인 지표가 아니라 정성적인 지표를 통해 성장성을 지닌 중소기업을 판별, 지원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관계형 금융을 강화해 우수한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에는 상환일정을 늦추는 등 우수 중소기업의 흑자도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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