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새 92% 증가…작년 2조 육박
성장 위한 시설자금은 10%감소 대조
민간소비 감소와 수출부진 등 대내외 경기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규모가 최근 3년간 9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기간 설비투자를 위한 시설자금 대출규모는 10%가량 감소했다.
생산설비 확충을 통한 장기적 성장동력 확보보다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원부자재 구입비 등 대규모의 운전자금을 반복해서 차입하는 이른바 ‘불황형 투자’가 중소업계에 깊게 뿌리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4일 중소기업 정책자금 집행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의 운전자금 대출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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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공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유사시를 대비한 현금 보유량이 많지 않아 경기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며 “운전자금 대출을 신청하는 중소기업의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설자금 대출규모는 2011년 약 1조9314억원에서 2012년 약 1조8917억원(전년비 -2%), 지난해 약 1조7462억원(-7.7%)으로 최근 3년간 총 10%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시설자금 대출규모 역시 약 8715억원으로, 시설투자가 상반기에 집중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운전자금 대출규모가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경영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언젠가는 갚아야 할 ‘빚’으로 작용해 성장동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내수진작 등 경기회복을 위한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그러나 막상 경기회복세가 시작돼도 최소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운전자금을 상환해야하는 중소기업들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흑자도산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