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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현대중공업 ‘어닝쇼크’ 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주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 발표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1조원 이상의 분기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 창립 이래 사상 최대 적자임은 물론 분야를 막론하고 다른 기업과 비교해봐도 1조원 대 분기 손실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원인을 살펴보면, 일단 조선, 해양, 플랜트 등 주요 사업에서 전반적으로 부실이 발생했습니다. 그중 해양플랜트의 부실이 가장 컸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라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원통형 부유식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PSO) ‘골리앗’과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고르곤’ 프로젝트가 1년 가까이 인도가 연기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일단 선주사 마저도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이다보니 설계 변경 요청이 잦았는데, 이럴 경우 인력과 비용이 추가 발생하게 됩니다. 게다가 인도되지 못한 대형 설비가 야드를 잡아먹고 있다보니 야드활용률이 떨어지며 뒤이어 예정돼있는 작업들도 줄줄이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죠.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해양 야드에서 현재 제작 중인 해양 프로젝트는 원통형 FPSO‘ 골리앗’의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조선분야에서는 세계 최대급 반잠수식시추선 2기가, 플랜트 분야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제다 사우스, 슈퀘이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가 원인이 됐습니다. 해양, 조선, 플랜트 분야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손실로 현대중공업은 공사손실충담금 5000억원을 분기 실적에 반영했고 사상 최대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여기에 올 해 수주가 영 신통치 않고, 중국의 조선.해양 산업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있는 것도 현대중공업을 바라보는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자체의 위기 만이 아니라 국내 조선업계의 위기이기도 하기에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입니다.

대체적인 여론은 이렇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조심스레 다른 시각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현대중공업이 올 해 부실을 2분기에 선제적으로 모두 반영하면서 적자의 ‘수치’가 눈에 띄게 늘었는데 그 이유가 노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올 해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을 두고 전례없는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해까지는 19년 무분규를 기록하며 여름 휴가가 시작되는 8월 첫째주 이전에 별문제 없이 임단협을 타결했지만 올 해는 사정이 다릅니다. 강성 노조가 집권하면서 임단협 강경 투쟁을 선포한 상황입니다.

‘민주노조’를 표방하는 현 노조 집행부는 ▷올 해 임금 13만2000원(기본급 대비 6.51%, 통상임금 대비 5.9%)인상 ▷성과금 ‘250% + 추가’ ▷호봉승급분(2만3000원→5만원) 인상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대법원 판결에 따른 통상임금 적용 범위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여 차례 이상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노사 간 이견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경영악화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업계 최고의 사내유보금을 쌓고 있고 경영진의 연봉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회사의 경영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하반기 경영활동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여론이 더해지면 노조가 강경 투쟁 노선을 고수하기 난감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에는 조합원들의 성토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언론플레이를 시작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3,4분기 손실을 미리 땡겨 잡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에대해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미리 반영하였고, 계약변경을 통해 이미 발생한 손실도 일정부분 만회할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적은 회계원칙에 맞춰 작성되었고 임단협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현대중공업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업계 맏형으로, 대한민국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써 하반기에는 노사 갈등도 지혜롭게 풀어가고 실적도 개선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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