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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김한길, 안철수 자전거는 둘째치고 버스라도 탔더라면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7ㆍ30 재보선의 최고 스타는 단연 20여년간 닫혔던 호남 철옹성을 뚫은 순천ㆍ곡성의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입니다. 그는 자전거 한 대만 끌고 나홀로 유세 현장을 누비며 지역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의 선거운동 방식은 이번 재보선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누구도 이정현 당선자만큼 주민들과 진한 스킨십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완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스킨십에 대해 돌아보면 다소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후보들은 유세차량을 타고 기동성 있게 지역을 돌며 거리 주민들과 악수하거나 시장에서 상인들과 인사하고 음식을 맛보는 전형적인 유세를 펼쳤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선거에서 지도부가 각별히 신경쓴 점이 있다면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일에 선거가 치러지고 여름 휴가철까지 겹쳐 투표율 저조를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투표율이 낮으면 자신들한테 불리하다는 학습효과를 의식했던 모양입니다.

이에 김한길 공동대표는 투표날까지 출근 차량이 많이 몰리는 도로에서 투표에 참여해 정부를 심판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실제 투표 전날 기자가 영통(수원정)을 찾았을 때는 김 대표가 고속도로 초입에서 마이크를 들고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스킨십 면에서 이 같은 투표 독려 캠페인 위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생각됩니다. 쌩쌩 달리는 차를 향해 도로에서 투표를 호소하는 모습이 외롭게 보이기도 했지만, 차라리 직접 출근길 버스에 몸을 실어 승객들과 섞였다면 전달이 더 잘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입니다. 


물론 승객들한테 ‘세월호 심판론’처럼 무거운 얘기를 꺼낼 게 아니라, 광역버스 입석금지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화제를 꺼내 의견을 주고 받는식 말이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강남 춭퇴근 단축 교통정책을 곁들였다면 금상첨화였을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버스 스킨십’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도교통DB(데이터베이스)센터에서 제공하는 기종점통행특성 통계검색을 통해 분석해보니 가장 최근 시점인 2011년말 기준 팔달(수원병), 영통, 평택, 김포 등 4개 지역에서 서울, 인천, 수도권 밖으로 출근하는 하루 평균 인구는 총 6만8870명이었습니다. 7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이었죠. 지역별로는 김포가 3만414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팔달 1만4104명, 영통 1만6473명, 평택 7879명 순이었습니다.

이 지역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번 선거 최대 경합지로 보고 가장 공들였던 곳으로 투표독려 캠페인도 집중적으로 펼친 곳입니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투표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적극 공략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침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돌아오는 사람들이 대표적일 겁니다. 이들에게 30분 먼저 출근하거나 퇴근해 꼭 투표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면, 기자들 앞에서 김 대표가 수없이 반복했던 “투표해야 세상이 변합니다”라는 말을 전했다면 더 울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들 지역 대부분 전체 투표율을 밑돌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영통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패배했습니다. 출근족 중 얼마나 투표했고, 누구를 찍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뻔한 방식만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에 새삼 통감했을 겁니다. 꼭 빨간 운동화, 하얀 반바지 차림의 새누리당식 ‘혁신작렬’은 아니더라도 이전보다 파격적인 새정치연합류의 방식이 분명 필요했다는 것입니다. 유권자들은 매끈하게 닦인 검은 승용차를 타고 잘 다려진 흰 셔츠 차림의 김한길ㆍ안철수 공동대표보다 허름한 자전거에 투박한 빨강 조끼를 입고 지역을 누빈 이정현 당선자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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