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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리빙-푸드] “블루베리, 주식으로 먹는날 올것”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 블루베리 원산지 美 찾아 노하우 터득…“소비자와 함께하는 유기농 농장이 꿈”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에 블루베리와 레드와인이 꼽혔지만 포도는 제외됐다. 블루베리와 포도에는 모두 눈 건강, 혈액순환, 노화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안토시아닌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안토시아닌은 주로 껍질과 씨에 들어있는데 블루베리는 껍질째 먹는데다 과육 속에 매우 작은 씨가 수십개 들어있어 안토시아닌을 전부 섭취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포도는 껍질과 씨를 뱉어내고 먹기 때문에 포도송이 전체를 짓이겨 만든 레드와인이 슈퍼푸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유명 문구회사인 바른손팬시의 CEO를 지냈던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 농장이 설립된 2003년 당시만 해도 블루베리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선 과일이었다. 하지만 “빵이나 밥대신 건강식을 주식으로 삼는 날이 올 것”이라는 그의 10여년전 확신은 지금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열매, 잎에 항산화 물질이 가득 든 블루베리=유명 문구회사인 바른손팬시의 CEO를 지냈던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이사는 은퇴 후 충남 천안에 블루베리농장을 차렸다. 농장이 설립된 2003년 당시만 해도 블루베리는 함 대표는 물론 국내 소비자들에게 낯선 과일이었다.

“블루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 중 하나죠. 건강에 좋아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홍삼 먹듯 섭취하는 과일입니다. 실제 TV에서 장수국가인 핀란드의 한 부부가 블루베리에 호밀죽을 부어 먹는 것을 보고 ‘이제 빵이나 밥대신 건강식을 주식(主食)으로 삼는 날이 오겠구나’라는 결심에 블루베리 키우게 됐죠”

점차 블루베리가 몸에 좋다는 입소문 번지면서 블루베리는 여름철 대표 과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교적 늦게 수확하는 만생종 블루베리는 9월까지도 생과(生果)로 먹을 수 있다.

“블루베리 100g에는 미국 농무성(USDA)이 노화방지를 위해 권장하는 과일과 채소 섭취량의 4배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50g(약 30알)만 먹어도 충분한 셈이죠. 블루베리는 항산화와 혈액 순환을 돕기 때문에 암, 심장병, 당뇨병 환자는 하루에 100~200g씩 드셔도 됩니다. 한꺼번에 50㎏씩 사가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갈아드시는 분도 있어요”

블루베리에 들어있는 안토시아닌은 냉동하거나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철이 지난 후 냉동 블루베리나 블루베리 잼 등을 섭취해도 생과와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립대 식품학과 연구진은 블루베리를 얼리면 오히려 항산화물질의 농도가 더욱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새콤달콤한 블루베리 열매보다 블루베리나뭇잎에 항산화 물질이 더 많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부 일본농가에서는 열매는 따지 않고 차나무를 재배하듯 블루베리나무를 키워 블루베리차를 생산하기도 한다.

함 대표는 “블루베리나뭇잎을 고춧가루 빻을 때 같이 넣어서 김장을 담그면 김치의 신선도가 오래간다”며 “김치 위에 블루베리잎을 올려서 저장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잎 뿐만아니라 나뭇가지는 계피처럼 끓여서 마시기도 하고 뿌리는 한약재로 쓰는 등 블루베리나무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과거 한약재로 쓰였던 월귤이나 북한에서 자라는 들쭉도 블루베리의 일종이다.

▶유기농은 사명감없이 어려워=진달래과에 속하는 블루베리는 전국 어디에서나 피는 진달래처럼 생명력이 강하다. 함 대표는 블루베리는 병충해에 강한데다 건강식품인 만큼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귀농 전 귀농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농사는 힘만 들고 인건비도 안나온다”며 전부 말렸다. 하지만 함 대표는 인삼같은 작물은 5~7년마다 새로 심어야 하지만 블루베리는 50~70년 키울 수 있어 노후의 ‘연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른손 재직 시절 함께 일했던 임원들과 함께 퇴직금을 털어 토지 8000평을 임대하고 블루베리 묘목을 심었다.

50년 넘게 키울 수 있는 나무를 5년마다 임대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남의 땅에 심은 것도 다른 농민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농사를 짓기 전 2년간 3개월에 한번꼴로 블루베리 원산지인 미국에 가서 블루베리 농가를 찾았어요. 미국 농민들은 수십만평 규모로 블루베리 농사를 짓습니다. 그만한 땅을 소유한 지주는 굳이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될만큼 부자들이죠. 미국 농민들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것이 집이나 가게를 세들어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하더군요”

블루베리를 직접 기르는 것은 농사 경험이 있는 농민들에게 맡겼다. 하지만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저조할 때라 이들을 설득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제초제를 쓰지 말고 풀을 뽑아달라고 했더니 돈을 준다고 해도 싫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월남전 때 고엽제 피해자 사진을 보여주며 ‘고엽제는 우리가 쓰는 제초제보다 훨씬 약한데도 피해가 크다, 자식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것이다’라고 설득했죠. 50년전에는 화학비료나 농약이 없었잖아요. 유기농은 50년 전 과거로 다시 돌아가면 되는 일입니다”

블루베리코리아는 어린 블루베리 열매를 알코올이나 설탕에 담가 엑기스를 만들고, 남은 블루베리 찌꺼기 등을 화학비료 대신 사용한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노력이 더 드는데 비해 수입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름철 블루베리는 ㎏당 2만5000원~3만원 수준이다. 유기농 블루베리는 ㎏당 일반 블루베리에 비해 5000원 정도 더 받는다.

지난해 블루베리코리아는 매출액 10억원을 넘겼지만 순이익은 크지 않았다.

함 대표는 “유기농은 대가는 적고 할 일이 많아 사명감없이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라며 “유기농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사도 인턴 과정을 거쳐야=함 대표는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농가들을 직접 찾아다니고 자료를 수집하는 등 철저한 사전 조사 끝에 블루베리코리아농장을 시작했다. 십여년만에 블루베리코리아농장은 전국 블루베리 농가는 물론 예비 귀농인들의 교육장소로 떠올랐다.

함 대표는 “농사지을 품목을 정했다면 어떤 농장을 벤치마킹할지 정하고, 그곳에 가서 일년이든 이년이든 일을 해보는 것이 좋다”며 “우리 농장에도 일년에 두세명은 인턴 농부들이 와서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60세를 넘어 귀농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1000평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이 좋다”며 “그정도만 해도 한달에 200만원 정도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3000~5000평 정도로 규모를 넓히려면 사람을 고용하거나, 조합 등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생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함 대표는 교육 외에도 향후 블루베리코리아농장을 소비자들의 체험장소로 꾸밀 계획이다.

“지금 체험농장들은 신선한 농산물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에 그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내가 먹는 농산물이 생산되는 곳의 풍경을 즐기고, 직접 수확해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서 행복감을 느끼죠. 내가 사먹는 제품에 농약을 쳤는지 위생적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게 됩니다. 농장에 온 소비자들이 직접 유기농 블루베리로 잼을 만들어보고 블루베리 팬케익도 구워보면서 즐길 수 있는 장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천안=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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