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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W리스트] 루저연기의 달인 이하나…“이 구역 최고는 나” 대체불가 여배우 TOP3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특정 분야에 특화된 배우들이 있다. 비슷한 캐릭터의 반복은 배우들의 이미지를 한정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면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가 도리어 문제다. 최근 안방극장에도 특화된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들이 있다. “역시 OOO”이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대중의 요구에 부합한 이들의 연기는 완전히 날개를 달았다.


▶ ‘찌질한 루저’ 이하나=이하나의 컴백은 2009년 MBC ‘트리플’ 이후 5년 만이었다. 케이블 채널 tvN ‘고교처세왕’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는 이하나는 찌질한 계약직 여사원 정수영을 연기하며 6kg을 감량하고, 광장시장을 직접 돌며 의상을 준비했다. 검은 뿔테 안경은 1만9000원 짜리다. 정수영을 만들기 위한 이하나의 외적인 노력이었다.

연출을 맡은 유제원 PD는 물론 함께 출연 중인 배우 서인국 이수혁은 한결같이 “이하나는 너무도 정수영 같다”며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기도 하고 놀라워하기도 한다. 대중문화평론가들 역시 “이하나의 루저 연기는 정말 최고”라며 손가락을 든다. 외모 변신보다 더 빛나는 이하나의 연기 덕분이다. 이미 연예계에서도 대표 4차원으로 통하는 이하나는 이번 드라마를 만나 다시 한 번 이하나라는 배우의 가치를 증명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 순수하고 착하지만 눈치는 없는 인물. 묵묵히 자기 일을 하지만, 그 안엔 이 땅의 루저들의 비애가 묻어난다. 걸음걸이, 굽어버린 등, 푹 숙인 고개는 물론 이하나의 물기 어린 목소리가 한 마디씩 대사를 뱉을 때마다 그렇다. 정작 이하나는 “내가 하고 싶은 연기와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연기가 달라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지만 무능한 루저, 한없이 밝아보이지만 그 안에 고단함을 감춘 찌질한 4차원 연기를 이하나를 당해낼 배우는 없다. 아무리 망가짐이 대세라도 격이 다른 망가짐으로 빛이 나는 배우다.


▶ ‘막드의 여신’ 장서희=점 하나 찍고 등장해 통쾌한 복수를 그려갔던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도 오랜만에 안방을 찾았다. KBS2 ‘뻐꾸기둥지’를 통해서다. 아직은 회심의 칼을 뽑아들지 않았다. 여리고 착한 여자 행세를 하는 장서희를 지켜보며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복수의 칼을 뽑아들 순간을 기다린다.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라는 소재가 뒤엉켜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와 구성으로 ‘막장’으로 치부되는 저녁드라마지만, 장서희의 연기만큼은 이 세계에서 여신급이다. 가녀린 체구와 동그란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어린 연기에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짜릿한 카타리시스를 맛본다.

장서희로서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 등을 통해 대륙에서까지 칭송받는 배우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장서희의 경우 이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다”면서도 “하지만 일일드라마 안에서 빛을 발한 연기가 다른 드라마의 캐스팅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 ‘생활연기의 달인’ 장나라=장나라는 생활연기의 달인이다. 격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안고 있는 30대 여성들의 고단함을 어떤 여배우들보다 잘 드러내 깊은 공감을 산다.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 장나라는 대형 로펌의 계약직 서무직원 김미영을 연기한다. “너무 흔하고 평범해 붙였다가도 떼버리기 쉬운 ‘포스트잇’ 같다”는 김미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극히 ‘보편적인 인간’이다. ‘운널사’의 장나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먼지같은 인생들의 얼굴을 자유자재로 표현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파티장에서 갑작스러운 물세례에 당혹스러워하며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고, 상대배우 장혁과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로 달달한 로맨스도 만들어간다. 매사에 자신감 없는 생활인의 고단함이 묻어난 탓에 임신 후 찾아온 로맨스도 조심스럽기 그지 없다. 김미영의 안타까운 감정들이 장나라의 섬세하고 과장되지 않은 표정연기에 묻어난다.

‘운널사’의 제작사 관계자는 장나라에 대해 “펑펑 울지 않아도, 떨리는 모습만으로도 아프고 서러운 감정과 수줍어하거나 기쁜 마음도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감정을 누구보다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하는 연기자”라고 극찬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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