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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W리스트] 체격조건 만점의 한국 파이터 TOP5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격투기는 체급 경기다. 과거엔 무체급으로 치러지곤 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마치 복싱과도 같이 세분화된 체급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세계 정상의 대회인 미 UFC에서 두 체급을 석권했던 선수는 랜디 커튜어와 비제이 펜 단 두명에 불과할 만큼 하위 체급의 파이터가 단 몇 kg 더 무거운 상위 체급 선수를 상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쳇말로 ‘체중이 깡패’란 이야기가 통용되는 세계다.

체급별 경기가 정착한 것은 그와 같은 ‘불공정한 대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제 선수들은 체급별 한계체중 내에서 자신과 체중이 비슷한 상대들과만 싸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체격 조건에서 오는 핸디캡에서 해방돼 완벽히 공평한 신체 조건으로 싸우게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체중은 비슷하더라도 신장과 팔 길이라는 신체조건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며, 이 또한 격투기에선 유불리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같은 동양인 파이터들은 체급 경기에서 대개 손해를 보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머리는 크고 허리는 길기 때문에 같은 신장의 서양인에 비해 체중은 더 나가고 팔다리는 짧다. 결국 같은 체급에선 항상 키와 리치에서 불리함을 안고 가게 된다.

체중 제한이 없는 무제한급에서는 아예 한계체중이 없으니 키 크고 체중 많이 나가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K-1의 세미 슐트, 최홍만이 대표적인 수혜 선수들이다. 자신보다 30cm 이상 작은 선수들과 싸우니 팔, 다리 공격 범위와 무릎치기의 높이 등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국내 입식격투기, 종합격투기 파이터 중 최홍만과 같은 천혜의 체격 조건을 지녔거나 체급 내 최적의 체격 조건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파이터들 ‘탑(TOP) 5’를 전문가들의 조언과 기자 개인 판단으로 순위 없이 꼽아 봤다.

사진: 최홍만이 아케보노를 샌드백 치듯 두들기고 있는 장면. 최홍만은 반칙이나 마찬가지인 거대 체격을 앞세워 K-1에서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남겼다.


격투기 사상 최강의 거인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m17cm의 신장에 한창 때 160kg를 넘던 체중. 압도적인 체격조건을 갖춘 최홍만(34)의 등장은 그 자체로 대단한 뉴스였다. 도대체 선수중에 그보다 크거나 더 무거운 선수가 있기는 했을까. 있기는 있었다. 브라질 농구선수 출신 자이언트 시우바는 2m30cm나 됐다. 하지만 최홍만보다 순발력이나 근력이 많이 떨어졌다. 제대로 이긴 경기가 없었으며, ‘부산 중전차’ 최무배에게도 꼼짝 못 하고 패했다. 체중으로는 임마누엘 야브로(272kg), 아케보노(210kg) 처럼 200kg을 훌쩍 넘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지 비대할 뿐이어서 깜짝 이벤트용 선수였지 선수다운 선수는 아니었다.

반면 최홍만은 그렇게나 크고 무거운데도, 그러한 거체를 야무지게 기동할 순발력은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거인들보다 확연히 우월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었다. 당시로서는 강자에 속했던 ‘야수’ 밥 샙을 넉아웃 시켰고, 절대강자라던 네덜란드의 거인 세미 슐트에게는 다소 논란은 있었으나 판정으로 이기며 거듭 파란을 연출했다. 만약 그가 전문적인 격투기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워나갔다면 현재의 23전14승9패란 실적 이상의 전과를 남겼을지도 모른다. 최홍만은 최근 복귀를 선언, 3년 10개월만인 오는 8월15일 종합격투기대회 레볼루션2에 출전한다.

사진: K-1 대회를 준비하며 태국에서 현지 트레이너가 잡은 미트를 치고 있는 원조 골리앗 김영현. 트레이너가 키 높이를 최대한 맞추기 위해 링포스트에서 링로프를 밟고 올라와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비운의 ‘원조 골리앗’ 김영현=씨름판에서는 최홍만보다 선배였던 ‘원조 골리앗’ 김영현(38)은 최홍만의 K-1 대활약에 고무돼 뒤늦게 2007년 여름 격투기 진출을 본격 선언한다. 최홍만이 기술 부족으로 지적받고 있음을 인지한 김영현 측은 태국 무에타이 수련 등에 충실하며 기술적인 대비에 충실했다. 준비된 모습으로 링에 서겠다는 복안이었다. 최홍만과 같은 2m17cm의 신장에 체중 역시 153kg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이런 그가 제대로 된 격투기 기술을 익히겠다고 하니 팬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K-1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이미 괴력의 거인 컨셉트로 잘 활용하고 있는 최홍만이 건재했기에 김영현에 대한 푸시는 ‘중복 투자’라고 생각했던 듯 하다. 이게 대단히 뼈아팠다. K-1은 최홍만의 연착륙을 돕기 위해 스모 출신인 바바구치 요이치(와카쇼요)와 차드 로완(아케보노 타로)를 토너먼트에서 연이어 만나게 하는가 하면, 프로레슬러 탐 하워드, 실베스터 터케이 등 프로레슬러들을 일회용으로 수급해 붙여주는 등 사실상 연승무패 가도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이와 달리 김영현에게는 가혹한 평가전을 요구했다. 니콜라스 페타스, 루슬란 카라예프 등 K-1 레귤러이면서 거인 파이터에는 최악의 상성인 테크니션들과의 대결에 김영현은 견뎌내질 못 했다. 2승2패의 애매모호한 전적을 남긴 채 격투기를 떠나고 말았다.

사진: 2m 신장의 태권도 파이터로 ‘태권V’란 별명을 얻어 K-1 링에 오른 박용수가 일본 리키 죠에게 하이킥을 작렬한 모습. 리키는 저 모습대로 다운당한 뒤 심판의 KO선언 때까지 일어서지 못 했다.


‘대형 태권파이터’ 염원으로 탄생한 박용수=90년대 K-1 대회 초기, K 이니셜은 카라테, 킥복싱, 켐포(권법), 그리고 약간은 억지스럽지만 태권(Tae-Kwon)을 뜻하는 것이라고 홍보가 이뤄졌다. 수많은 무술을 아우른다는 명분 속에 다분히 한국 팬 확보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이다. K-1이 지난 2004년 한국에 본격 상륙하면서 K-1과 한국측 프로모터들은 태권 파이터 발굴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2006년 신장 2m로 체격 조건상 손해가 없는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대형 태권도 선수인 박용수(33)가 K-1에 등장한다.

실제 신장은 198cm 쯤이었다곤 하나 2m에 육박하는 키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포인트제 경기방식에 집중돼 있는 현대 태권도가 KO를 좇는 대미지 우선의 K-1에 통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적응과 대비가 필요했다. 일본인 신인 리키 죠를 상대로 한 데뷔전에서 호쾌한 하이킥 KO승을 거둔 뒤 꾸준히 링에 올랐지만 기대만큼 눈에 띄는 활약은 하지 못 했다. 지난 2012년 ‘칸 3‘ 대회에서 당시 정상권의 유양래를 하이킥으로 꺾으며 발전한 기량을 선보인 바 있다.

현재는 아시아 최고 파이터로 성장한 김동현의 앳된 시절 모습. 무려 10년 전, 격투기에 갓 데뷔했을 때 촬영한 레어 사진이다. 곱상한 얼굴과 현재보다 더 군살이 없는 슬림한 몸이 인상적이다.


‘탈아시아 체격’의 아시아 대표파이터 김동현=‘스턴 건’ 김동현(33ㆍ부산 팀매드)은 일본 중견대회 DEEP(딥)에서의 활약을 포함해 프로 데뷔후 무패의 전적 등이 높이 평가돼 2008년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UFC에 입성한다. UFC는185cm로 77kg 웰터급 체급에서는 장신인 그의 체격 조건도 주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현은 서양 선수들을 능가하는 신체 조건을 갖췄다. 파괴력으로 승부하는 인파이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신장의 유리함을 앞세우는 아웃복서형 선수들중에서도 김동현은 첫손에 꼽힌다. 프로 전적 22전중 그보다 큰 상대와 싸운 것은 카를로스 콘딧 전과 직전 경기 188cm의 존 헤서웨이 전이 유일하다. 심지어 리치에서는 김동현이 193cm로 192cm인 헤서웨이보다 길었다.

미들급, 라이트급 등 상위체급에서야 김동현보다 더 긴 선수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웰터급으로 내려와 뛴다 하더라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적정 수준을 넘는 감량을 행할 경우 파워와 스태미너 등에서 더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결국 웰터급에서는 김동현이 사실상 최고의 신체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할 만 하다. UFC 13경기를 치른 가운데 단 2패만 기록한 그는 명실상부 역대 한국 최고의 파이터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그가 예전 방송에 출연해 “한국에서 내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농담처럼 말한 바 있는데 결코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김동현은 오는 8월23일 마카오 코타이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UFN)에서 동급 4위의 강자 타이론 우들리와 대결한다. 우들리의 키는 175cm다.


김동현과 함께 스파링 시연을 보이고 있는 임현규(오른쪽). 둘다 장신이어서 티가 덜 날 뿐, 엄청난 기럭지에 탄탄하게 붙은 근육은 남녀 팬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김동현 같은 이 또 있다니… UFC 신예 임현규=김동현과 같은 천혜의 신체조건을 가진 파이터가 한국에서 흔하게 나올 리는 없다. 그런데 수년 만에 또 나왔다. 2013년 UFC에 데뷔한 ‘에이스’ 임현규(29ㆍ코리안탑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키는 187cm로 김동현보다 2cm 가량 크며, 리치는 무려 2m로 체급 내에서 가장 길다. 팔을 뻗는 운동인 복싱에선 2m를 넘어가는 리치를 보유한 흑인 선수들이 흔한 편이지만, 그래플링이란 당기는 운동이 포함된 종합격투기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다. 파이팅 포즈를 취하면 팔꿈치가 벨트라인 아래를 덮어 복부에 빈 구석이 안 보일 정도다. 더 멀리서 상대의 주먹이 닿기 전에 때릴 수 있고, 상반신의 타격 방어에도 유리하다.

사실 동 체급 내에서 키가 커질수록 거리 싸움은 유리해지지만 한방 파워는 떨어지게 된다. 원래 근육이 안 붙어 슬림한 체격이 유지되는 스타일이거나,한계 체중까지 감량 폭이 큰 까닭에 어느 정도 파워 감소를 감수하는 케이스도 있다. 임현규는 평소 체중이 93kg대이니 후자에 해당한다. 만약 임현규의 머리가 조금만 더 컸다면 지금처럼 웰터급에서 활동하지 못했거나 과도한 감량에 의한 체력과 파워 저하로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임현규는 국내는 물론 UFC 무대에서도 체격 조건으로는 극에 달한 자다. 2승1패를 달리고 있는 임현규는 오는 9월 20일 일본 사이타마 수퍼아레나에서 열리는 UFN에서 일본의 사토 타케노리를 상대로 3승 사냥에 나선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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