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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우리 누이들 얘기 세계 알려요”
이 사람- 위안부연극 ‘봉선화’ 美투어…김혜련 서울시극단장
위안부 문제 국제적 공감 확산 일환
희곡 부흥 앞장…문화선진국 이룰터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연출가마다 무대에 올리고, 제정 러시아 말기의 이야기를 다룬 안톤 체홉의 작품은 지금도 선호하면서 극단들이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당한 문제는 왜 무대에 올리지 않았을까요? 그게 이상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극 ‘봉선화’의 미국 투어를 앞두고 세종문화회관 내 극단 사무실에서 만난 김혜련 서울시극단장<사진> 은 이같이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봉선화’는 미국 글렌데일시에서 개최된 제3회 ‘위안부의 날’ 기념문화행사에 초청돼 지난 27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공연했다. 글렌데일시는 위안부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곳이다.

‘봉선화’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극단이 초연한 작품으로 일제 시대 위안부로 끌려갔던 할머니와 아들, 손녀의 이야기를 다뤘다. ‘봉선화’는 오는 8월 2일 시카고 노스쇼어센터극장, 8월 5일과 6일 뉴욕 퀸스아트센터에서도 교민 등을 대상으로 공연한다.


김 단장은 “처음에 ‘봉선화’를 무대에 올릴 때는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해도 될까’라는 부담이 굉장이 컸다”며 “하지만 과거 우리의 역사 속 문제가 삼대(三代)를 거쳐 현재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연극을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무대에 올렸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요즘에는 웃기게 만들어서 대중들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야 좋은 연극이라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며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극단은 아무리 힘들어도 ‘봉선화’같이 시대상을 담은 작품을 선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미국 투어는 지난해 방한해 ‘봉선화’를 관람했던 교포들이 서울시에 편지를 보내는 등 적극 나서면서 추진됐다. 국제 사회는 물론 이민 2세, 3세들에게 ‘봉선화’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리자는 취지였다.

김 단장은 “공연 협의를 위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밤을 새고 뉴욕으로 가려는데 돌풍 때문에 예약했던 항공편이 취소됐다”며 “항공사 직원을 붙잡고 ‘내가 지금 뉴욕에서 200만달러짜리 계약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이마에서 열이 펄펄나고 아픈 상황이다’라고 읍소해 다른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갈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한 것은 이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극단은 미국 투어가 끝난 후 ‘봉선화’의 중국, 일본, 유럽 공연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1966년 연극계에 발을 디딘 후 배우, 작가로 활동했다. 뉴욕 라마마극장 상주극단 ‘실크로드플레이하우스’ 예술감독, 한국여성연극인협의회 이사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서울시극단장으로 취임했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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