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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은 기업도 살리는 PL의 힘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TV 프로그램 ‘응답하라 1994’에 열광하고, 영화 ‘건축학 개론’을 보며 가슴 한 켠 옛 추억을 떠올리는 90년대 학번들에게 ‘쟈뎅’은 익숙한 브랜드다. 하지만 IMF(외환위기)와 해외 커피 브랜드들의 잇달은 한국 상륙작전으로 ‘쟈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주력 분야였던 ‘커피 전문점’을 접고, 커피 믹스 사업에 눈을 돌렸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과 10년전 생존의 문턱에 있던 ‘쟈뎅’은 현재 연 매출 규모만 510억원에 달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소 커피전문기업 ‘쟈뎅’의 성공 비결은? 답은 엉뚱하게도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LㆍPrivate Label)에 있다.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해 차별화 승부수로 내세웠던 PL 제품이 거꾸로 생존을 묻는 중소기업에 ‘답’을 주고 있다.

PL 제품은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던 중소기업을 되살리는가 하면, 중소(中小) 기업이 ‘한 방’이 있는 ‘강소(强小’로 내딛을 수 있는 사다리가 되고 있는 것.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의 PL 제품과 중소기업의 연관관계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답을 찾아봤다. 


▲시장 판도를 바꾸다=1조3500억원 규모의 국내 홍삼 시장은 이마트 홍삼정 출시 이후 각축전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이마트 홍삼정은 출시 이후 현재 누계 판매액이 100억원을 돌파하며, 이마트 내 홍인삼 상품군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채 1년도 되지 않아 홍삼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마트 홍삼정의 인기에 힘입어 파트너사인 종근당건강은 업계 5위 안에 드는 홍삼 제조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홍삼 시장에서 65%를 점유하며 절대 강자를 자처하던 KGC인삼공사로서는 새로운 경쟁자를 맞게 된 셈이다.

종근당 건강은 이마트 홍삼정의 인기와 ‘반값 홍삼’에 홍삼 시장규모도 덩달아 커지면서 무려 20억원이라는 금액을 생산시설 확충에 투자했다. 이에따라 종근당건강의 홍삼정 생산능력은 기존 1만8000병에서 5만5500병으로 3배 이상 늘었으며, 연간 홍삼정 240g 60만병, 액상제품(파우치) 30포기준 60만세트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규모가 커졌다. 안정적인 물량공급 및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한 재투자로 투자의 선순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마트와 종근당건강의 상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해외로의 수출을 통한 판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4만 달러에 달하는 이마트 홍삼정이 1차 수출됐으며, 추가적으로 1만5000달러 가량의 홍삼파우치도 수출 대기중에 있다. 이마트와 PL제조를 통해 건강식품 중에서도 홍삼 전문기업으로 가치를 높여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김호곤 종근당건강 대표는 “홍삼제품 생산능력을 갖추게 돼 직원들의 자긍심도 많이 고취되었다”며 “이마트와 함께 홍삼제품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통해 유통과 제조업체간 동반성장의 좋은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설비투자...선순환 성장을 이루다=이마트의 생활용품 PL 제품의 80% 가량을 생산하는 ㈜문일케미칼은 ‘안정적인 물량 공급처 확보→설비 투자→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문일케미칼은 지난 1993년 이마트 1호점 창동점 오픈 당시 이마트와 인연을 맺어 수저통 1품목으로 거래를 시작해 올해 현재 식탁, 욕실, 수납용품, 정원용품 등 총 5개 상품군에서 약 450개 상품을 일반 브랜드 상품대비 20~30% 저렴한 가격에 PL로 선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기업이다.

국내 플라스틱 사출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비용 절감을 위해 금형제작을 외주에 주는 것과 달리 문일케미칼은 연간 35억원 가량을 금형개발 설비에 투자한다. 이는 매출의 25~35%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문일케미칼이 이처럼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이마트의 PL제품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자금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업과 바이어가 한 배를 타고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것도 선순환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이같은 노력에 문일케미칼은 1997년 80여명에 불과하던 임직원 수가 현재는 배 이상 늘어난 150명으로 외형 성장은 물론, 이마트 기준으로 매년 12~15%에 달하는 두 자릿대 고(高) 신장세를 보이며 괄목할 만한 생활용품 생산업체로 자리매김 했다. 


▲생존의 길을 찾다=생존의 문턱에 서 있던 쟈뎅은 2001년 이마트와 거래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이마트가 직접 소싱해서 들여온 원물상태(가공전 상태)의 커피콩을 로스팅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것.

원물 직소싱 가공생산은 이마트의 막강한 자금력을 활용해 저가에 원료를 대량 매입하고, 국내 중소 협력사가 이를 받아 생산 가공하는 형태다.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유휴 설비를 활용해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고, 이마트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관세 절감으로 브라질, 콜롬비아 등 원산지발 반값 커피를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쟈뎅은 지난 2011년 11월 매일 매일 갓 볶은 이마트 반값커피를 공급하면서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갖게됐다고 한다. 당시 쟈뎅은 15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원두커피 생산라인을 갖추는등 지난해엔 연매출 510억원을 기록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와관련 “이마트가 PL상품 개발을 통해 얻게되는 최종의 목표인 소비자 로열티는 바로 우수한 협력회사가 밑바탕이 돼야 가능하다”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유통업체와 제조회사가 함께 협력해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 해외에까지 판로개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업을 강화해 나갈 것이며, 또한 향후에도 중소기업이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갖추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imom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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