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차 언제든 주행 가능…희귀 차량 시승기 유튜브 인기
[특별취재팀 = 홍승완ㆍ김현일 기자] 슈퍼리치 가운데에는 자동차에 빠져 엄청난 돈을 쏟아붙는 ‘바보 같은 남자’들이 제법 있다. 남들은 평생 운전석에 앉아보지도 못할 슈퍼카들을 몇 대씩이나 가지고 있음에도, 새로운 차가 나타나면 수억원을 들여서라도 사지 않고는 못배기는 자동차 광들이다.
전 세계의 자동차 수집광중에서도 최고 꼽히는 인물은 미국의 방송인 ‘토크쇼의 제왕’ 제이 레노(Jay Leno)다. 그는 지난 2월 22년간 진행했던 NBC방송의 ‘투나잇쇼’의 호스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22년동안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 큰 돈을 벌어들였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들은 그의 재산을 3억5000만 달러에서 4억 달러 사이로 추정한다.
하지만 그는 토크쇼를 그만 둔 후에도 여전히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의 남다른 자동차 컬랙션 때문이다. 현재 그는 350대 이상의 희귀차량과 90대에 육박하는 초고가 오토바이들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연평균 1500만 달러 정도를 벌면서 평균 5백만 달러 이상을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구입하는데 썼다고 한다.
단순 계산만 해도 우리돈 1000억원 이상을 그간 자동차 구입에 들였다는 의미다.
레노의 컬렉션은 그 폭과 깊이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다. 수십억원의 최첨단 슈퍼카부터 100년이 된 초기 자동차 까지를 넘나든다. 특히 클래식 수집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L.A. 인근의 버뱅크 공항의 비행기 격납고 하나를 구입해 이를 차고로 쓰고 있는데 이곳이 아예 자동차 매니아들의 성지처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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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 레노 보유 차량 1.Speed 6(벤틀리) |
차고에는 수많은 차량 뿐만이 아니라 차를 관리하기위한 특별 장비들도 구비되어 있다. 용접기계와 얇은 철판을 가공하는 판금 가공기에서 워터젯(수압을 이용하여 표면의 요철을 만드는 기계) 등최고급 정비시설이 갖춰져 있다. 대부분의 차는 제이 레노와 그가 고용한 정비공들이 관리한다.
수집광 덕분에 새 일도 생겼다. 버뱅크 공항의 차고와 그 일대 배경으로 진행되는 방송 ‘제이 레노의 차고(Jay leno’s garage)’가 그것이다. NBC방송국이 제작해 오직 온라인으로 만 내보내는 이 방송은 유튜브 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쇼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꼽힌다.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출연해 희귀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보유한 희귀차량을 레노와 함께 시승하는 형식의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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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AC Cobra(포드) 3.Lagonda V12(애스턴 마틴) 4.Cord 812(코드) 5.Lamborghini Miura(람보르기니) 6.Mc Laren P1(맥라렌) |
레노에게는 차를 고르는 그만의 기준이 있다. 그는 절대 과시할 목적으로 차를 사지 않는다. 몰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차를 산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스타일이나 가격, 생산연대, 제조국가 등에는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는 “차들을 모으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나는 이 차들을 소유하는 게 절대 아니다. 다음 주인을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그의 차를 종종 경매에 붙여 팔기도 한다.
그의 차고에 보관된 모든 차들이 다 등록된 차량들이라는 점도 “보여주기 위해 차를 수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레노의 말을 뒷받침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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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Tank Car(크라이슬러) 8.Buick Roadmaster(GM) 9.The Lcc Rocket(고든 머레이&크리스 크래프트) 10.Ecojet(GM) 11. Duesenberg Model J Town Car(듀센버그) |
그가 보유한 차량들은 모두 법적으로도 실제 운행이 가능하다. 레노가 매일 같이 몰고 다닌다는 점에서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과는 다르다. NBC방송국의 스테프들에 따르면 레노는 과거 토크쇼 때문에 스튜디오로 출근할 때마다 매일 다른 차를 몰고 왔다고 한다.
컬렉션이 유명해지면서 레노와 그의 부인 마비스(Mavis)에게는 명함을 받는 것이 일상이 됐다. 전세계 희귀차 수집광들이 레노 부부에게 건네는 명함이다.
레노가 죽고 나면 그의 차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레노 부부를 볼 때마다 명함을 건넨다고 한다. “내가 19XX년식 △△카를 가지고 있는데 이걸 꼭 당신(제이 레노)가 사줬으면 좋겠다”는 전화도 세계 각지에서 걸려온다. 차량의 진짜 가치를 아는 레노가 차를 소중히 보존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그럼 그 많은 차중에 레노가 가장 좋아하는 차는 뭘까?
많은 이의 질문에 레노는 “당신의 자녀들 중 누가 가장 좋은가”라고 항상 맞받아친다. 반대로 “지금까지 수집한 차 중 최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세상에 나쁜(bad) 차라는 건 없다. 단지 사랑받고 돌봐 줄 필요가 있는 차들만 있을 뿐이다”라고 답해준다. 그의 차사랑에는 조건이 없다는 의미다.
그는 그의 수집벽을 기행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 “할리우드의 대부분 남자들은 20명의 여자친구와 한 대의 차를 갖고 있지만 나는 20대의 차와 한 명의 여자친구를 두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고 자동차광이자 ‘투나잇쇼’의 제왕 다운 답변이다.
sw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