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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企 울리는 허위 구직자
취업 증명서 · 실업급여 목적
이력서만 내놓고 연락두절…일부는 며칠 일하고 그만둬


스포츠 업체 인사를 관리하고 있는 서모(29)씨는 최근 직원 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력서 확인 후 면접을 보기 위해 연락을 하면 전화를 받지 않거나 면접을 거절하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서씨는 “이력서 중 50%는 실제 취업의사가 없는 허위구직자”라며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하면 구직활동을 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력서만 내고 전화를 받지 않거나 입사 후 몇 주만에 그만두는 일이 많아 인력과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최근 불황으로 영세사업자들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취업의사가 없음에도 취업증명서나 실업급여 등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이력서만 내는 ‘허위구직자’들이 중소업체를 골탕 먹이고 있다. 실업급여 수급을 목적으로 이력서만 내거나, 취업후 한 달도 일하지 않고 잠적해 중소업체의 업무강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산업현장 곳곳에서 중소 업체들이 구직 이력서 때문에 이중, 삼중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업주 A씨는 “매일 이력서를 검토하고 전화해서 면접일을 결정하는게 주된 업무 중 하나가 됐다”며 “다른 일도 많은데 신규인력채용에만 너무 많은 인력과 시간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주 B씨는 “한 신규직원은 채용 후 3주만에 그만둔다고 해 실업급여 신청을 거절하자 화를 내기도 했다”며 “일부 직원은 해고돼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해고된 것으로 처리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황당함을 표출했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현행 실업급여 제도 때문. 실직한 근로자에 지급하는 실업급여는 현행법상 수령 희망자가 해당기간동안 실제로 적극적 구직활동을 할 경우에 지급된다. 하지만 최근 대학생들 중 졸업 후에도 취직하지 못하는 ‘장수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중소업체에 임시 취업해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금방 퇴사하거나, 이력서만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 2013년 1년동안 적발된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는 2만여 명으로 2012년에 비해 3.7% 가량 증가했으며 부정수급액만 117억 원에 이른다. 또한 올해 1분기에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30만6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7% 늘어났다.

하지만 현재 구직자의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이같은 중소업체의 고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청자들이 사업체에 서류지원을 했거나 담당자 명함 등을 확보하면 구직활동을 증명할 수 있지만 이 사람들이 ‘진짜 구직자’인지 여부는 전수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구직자는 “실직할 경우에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해고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사업자에게 “구직 커뮤니티에 악덕업주로 소문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해 중소업체가 부정수급을 막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강화하고, 부정수급으로 적발될 경우 수급 제한도 좀 더 엄격하게 바꿔야 한다”며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구직자의 눈높이 문제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중소기업 정체성에 대한 교육과 함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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