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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박상근> 단기 경기부양에 가려진 구조적 리스크
박상근(세무회계연구소 대표ㆍ경영학박사)

정부가 내수 부진으로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재정ㆍ금융 확장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외면한 채, 돈 푸는 부양정책을 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부양효과가 떨어지면 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확대 재정정책을 펼치다 경기회복에 실패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정부는 일본식 장기 디플레이션을 경계해야한다.

한국경제의 첫 번째 구조적 리스크는 ‘저출산ㆍ고령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분석한 올해 추정치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1.25명)은 세계 224개국 가운데 219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꼴찌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2016년 3704만 명을 정점으로 3년 후인 2017년부터 줄어든다. 우리 앞에 인구 재앙이 빠른 속도로 닥치고 있는데도 정부의 뚜렷한 대책은 없다.

두 번째 소비를 제약하는 리스크는 ‘양극화’다. 소득 기준으로 1990년대 초 80%에 육박했던 중산층 비중이 지금은 60%대로 떨어졌다. 기업소득 비중은 해마다 늘어나고 가계소득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은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10분위 배율(2010년 기준 10.5배)이 OECD 회원 34개국 가운데 아홉 번째로 높다. 상위 5%가 금융자산의 38%, 10%가 부동산의 90%를 소유할 정도로 부의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1000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가계는 대부분 소비할 돈이 없다.

정부는 사내유보금을 가계소득으로 돌려 소비를 촉진한다면서 소위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기업은 일부 대기업으로서 임금 인상분이 고소득근로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배당을 늘릴 경우에도 주로 부자와 외국인 주주에게 돌아간다. 서민가계의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늘어날 텐데 소득이 고소득자에게 집중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로 소비를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새로 쌓는 사내유보금에 10~15%의 패널티를 부과한다고 기업이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하다. 투자는 기업의 생사가 달린 문제다. 돈 벌 기회가 생겨야 기업은 투자에 나선다.

다음으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이 반도체ㆍ휴대폰 이후를 먹여 살릴 ‘신수종(新樹種)’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큰 리스크에 속한다. 삼성전자의 올 2/4분기 실적이 오랜만에 하락했다. 고환율과 중국 기업의 추격이 주된 원인이지만 신수종 개발 부진도 한몫했다. 여기에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엔 경직된 노사관계, 과다 규제, 높은 생산원가 등 기업의 국내 투자를 가로 막는 요인을 개선하려는 대책이 미흡하다.

우리는 꾸준한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으로 4년간의 고통을 견뎌낸 영국 경제가 최근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기부양 재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성장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을 높여 나가야 한다. 구체적 정책으로 출산율과 고용률을 높여 소비와 생산가능 인구를 늘리는 한편 규제완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한다. 나아가 국가의 역량을 인재육성과 기술개발에 집중 투입해 기업이 최첨단 신수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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