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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고 듣고 만지고…오감으로 즐기는 전시회
‘근·현대미술 체험전시-노모어아트’展
1920~50년대 시대적 풍경 한자리 체험…이중섭 등 실제 생활공간 재구성 볼거리


231.4㎡(70평) 크기의 아파트 한 채 월세가 2000만원이 넘는다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서울숲을 집앞 마당으로 쓴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로 럭셔리하고도 프라이빗한 이 건물 지하에서 ‘대중적인’ 미술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더페이지갤러리(대표 성지은)에서 펼쳐지는 ‘근ㆍ현대미술 체험전시-노모어아트(No More Art)’전이 그것.

전시장은 1920년대부터 1950년까지의 시대적 요소들이 혼재된 한국 근대거리를 재현하고 이중섭, 박수근, 구본웅, 나혜석, 이인성 등 다섯명의 근대미술 작가가 실제 살았던 공간을 재구성한 ‘근대 섹션’과, 백남준, 샘 프란시스, 데미안 허스트, 리차드 페티본, 쉬빙 등의 현대미술 작가들의 실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현대 섹션’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성인까지 근ㆍ현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1920년대부터 1950년까지의 시대적 요소들이 혼재된 한국 근대거리를 재현하고 이중섭, 박수근, 구본웅, 나혜석, 이인성
등 다섯명의 근대미술 작가가 실제 살았던 공간을 재구성한 전시회가 눈길을 끌고있다.

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기차를 통과해야 한다. 기차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상징적인 설치물이다. 기차를 통과해 도착한 근대거리에는 남포제과, 남도여인숙, 삼표연탄 간판을 단 상점들은 물론 헥사비타민, 버스 여차장 모집 안내 벽보같은 시대적 풍경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마치 근대 역사박물관을 보는 듯 하다. 서상정 전 SBS아트텍 미술국장이 디자인하고 드라마 ‘기황후’ 등의 세트장을 만들었던 팀이 제작을 맡아 ‘무대미술’이 매우 디테일하다.

여기에 젊은 연극 배우 10여명이 구두닦이, ‘아이스께끼’ 장수 등의 역할을 재연하는 상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근대거리에서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시인 이상(李箱ㆍ1910~1937)이 운영했던 ‘제비다방’이다. 제비다방은 당시 피카소, 헤밍웨이 등 예술가들의 단골 카페였던 파리의 ‘레 되 마고’와 비교되기도 했다. 제비다방 벽면 곳곳에는 이상의 친구였던 구본웅(1906~1953)의 그림(사본) 액자들로 채워놨다.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신여성이었던 나혜석(1896~1949)의 방도 한켠에 꾸며놓았다. 나혜석을 연기하는 퍼포머의 독백이 어우려져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박수근(1914~1965)의 툇마루, 이중섭(1916~1956)의 한평 남짓한 제주도 방 등도 차례대로 재현해놨다. 특히 이중섭의 방에서는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보냈던 실제 그림 편지들을 볼 수 있다.

근대거리를 넘어 현대로 들어서는 관문은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1932~2006)의 가로 9m짜리 대형 비디오 설치작품인 ‘플럭서스로의 초대’다. 다리를 건너듯 플럭서스 안으로 빨려들어가면 또 하나의 백남준 작품을 만나게 된다. 모차르트 서거 200주년을 기념해 제작했던 ‘M200’은 웅장한 레퀴엠 사운드가 어우러진 대형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상업적인 사진을 더 이상 찍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진작가 김중만의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예술 사진들도 걸렸다.

이 밖에도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샘 프란시스(1923~1994),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전설 데미안 허스트(1965~), 전유예술(appropriation art)의 개척자인 리처드 페티본(1938~) 등 해외 작가들의 기념비적인 작품들도 차례대로 만나면서 눈의 호사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전시는 9월 28일까지.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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