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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 ‘라스’ MC들의 사생활 독설, 어디까지 용납될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MBC ‘라디오스타’ MC들이 게스트였던 송창의의 결별을 웃음의 소재로 삼아 토크를 주고받다가 만만치 않은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라스‘는 이전에도 게스트에 대해 예의를 차리는 토크쇼는 아니었다. 먹이를 보면서 달려드는 느낌이었다. 게스트의 사적인 상황을 적절히 ‘디스’해왔고 그게 재미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송창의에 대한 사생활 토크가 유독 호되게 얻어맞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라스‘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와 직결된 문제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라스’는 왜 게스트를 공격(?)해왔을까? 그것은 게스트에 대한 공격 같지만 사실은 게스트가 재발견 된다는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이고 격식을 차리는 이야기만 해서는 게스트의 성향과 숨어있는 재주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게스트들도 ‘라스‘ MC들이 자신을 공격해올 것이라는 점을 안다.

우리는 가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별로 웃기지 않고 존재감이 없던 사람이 자신과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라스’는 이런 점을 노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토크쇼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 게스트가 ‘라스‘에서는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이준, 데프콘, 김응수 등은 그렇게 해서 재발견됐다. 물론 이들이 개인기 등으로 자신을 부각시킨 면도 있지만, MC들이 그들에게 물고 늘어지며 격의 없이 솔직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라스’는 MC들의 질문에 대한 게스트의 답변을 듣는 토크쇼가 아니라, 4명의 MC들이 게스트를 향해 이것 저것을 던질때 게스트가 나타내는 반응을 보는 토크쇼다.


그 던짐은 어디까지 용납될까. 게스트가 까여도 행복해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물론 여기에 시청자 정서도 포함된다) ‘라스‘의 전성기에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게스트도 ‘라스‘의 성격을 파악했다. 자신이 당하면 당할수록 더 살아난다는 원리를 알았다.

송창의의 경우는 김구라의 토크를 조금도 즐기지 못했다. 난감해하는 그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불편한 속내가 읽혀졌다. 송창의에 대한 사적인 토크로 게스트가 재발견되기는커녕 그의 다른 이야기도 묻혀버린 것 같다. 그렇다면 MC들도 게스트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송창의-리사 결별 드립’은 분명 ‘라스‘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라스’는 여전히 지상파 토크쇼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예능 토크쇼다. 케이블 채널, 종편의 ‘떼토크‘ ‘쎈 토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음에도, 지상파에서는 토크쇼가 하나씩 사라진다면 가장 마지막에 없어질 토크쇼라고 생각한다.

‘라스’ MC들은 ‘기’가 죽을 필요는 없다. 섣불리 ‘착한 토크‘를 지향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쎈 형식‘만으로는 안된다. 쌈디와 레이디제인에게 하던 식의 사생활 토크를 송창의와 리사를 향해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상대를 까더라도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건 좋지만 때로는 격식을 갖춰야 할 때도 있다. 친밀감과 애정이 있는 사람이 까는 것과 별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까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천지 차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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