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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궁에 빠진 유병언 사인...국과수 “고도 부패로 사인 규명 불가”
[헤럴드경제=이지웅ㆍ박혜림 기자]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끝내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차 부검에 나섰고 유병언 시신은 맞다고 확인했지만 사인 규명에는 실패했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소재 국과수 서울분원에서 시신 감정 브리핑을 갖고 “시신의 심한 부패로 인해 유 전 회장의 사망원인을 정확하게 판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시신의 장기나 소주병 등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도했지만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 원장은 “최선을 다해 감정을 했지만 사망 원인을 판명할 수 없었던 것은 고도 부패로 인해 그런 것”이라며 “부패가 심해 뱀 등 맹독성 동물에 의한 중독 또는 약물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알 수 없었고 목 등 질식사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내부 장기가 많이 소실됐기 때문에 지병 등에 의한 사망 확인이 불가능하며, 멍 등 외부충격에 의한 사망 여부 역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골절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 원장은 독극물 검출 여부에 대해서는 “시신의 경우 간, 폐, 근육 등 3가지를 대상으로 독극물 반응을 분석한 결과 약성분, 일반독물, 마약류 등에 대해 음성 반응이 나왔다”며 “현장증거물인 소주병과 막걸리병 등에 대해서도 독극물 반응 검사를 시행했지만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서 원장은 시신의 치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며 “유 전 회장의 주치의 사전정보와 일치했다”며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서 원장은 이번 감정 결과에 대해 “국과수는 과학자로서 양심과 긍지를 갖고 이번 감정에 임했지만 사인 규명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한영 중앙법의학센터장도 “많은 의혹이 있을 줄 알고 있다. 안타깝게도 최선을 다했지만 사인 규명은 불가능했다”며 “변명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부패 시신은 어느 정도 사인 확인이 가능하지만 유 전 회장의 경우 너무 많은 조직 손실이 있어 사인 규명을 위한 실마리가 없었다”고 했다.

저체온 사망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승덕 서울대 법의학 교수는 “시신 발견 현장은 저체온사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유 전 회장의 사인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유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타살됐는지, 자연사했는지는 현재까지로는 확인 불가능하게 됐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죽은 자의 비밀을 풀어줄 시신도 온전히 보전되지 못한 채 훼손되고 부패됐다. 결국 수사당국이 허술한 초동수사로 ‘비밀’을 풀 수 있는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월12일 전남 순천에서 유 씨의 변사체가 발견됐을 당시 경찰은 유 씨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못했다. 결국 유 씨의 DNA 확인 과정은 무려 40여일이 소요됐다. 유 씨의 사인을 밝혀낼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것이다.

발견 당시에도 유 씨의 시신은 부패와 더불어 동물들에 의한 사후손괴가 일어난 상태였다. 그만큼 발견 즉시 정밀 검사를 통해 사인을 밝혀냈어야 했다. 이에 다른 책임론도 더 불거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국과수는 지난 22일 국과수 서울 분원으로 시신을 옮겨 이날 초정밀 영상감식 방법인 MDCT 등 사전검사를 실시했고 25일 새벽 2시30분 유병언 시신임을 확인해 관련기관에 통보했다.

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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