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충청남도의 서쪽 최남단 서천에 국립생태원이라는 곳이 있다. 식물원과 동물원은 여러번 가봤어도 생태라니? 뭔가 애매하다. 우리는 종종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갈림길에 서왔다. 개발을 중시하면 개발론자, 보존을 외치면 환경론자라고 한다. 둘 다 인간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입장은 엇갈린다. 생태는 이 두 개념을 통합하는 상생 패러다임이다. 이원효 국립생태원 전시생태관리본부장은 “생물과 환경, 생물과 생물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생태 전시와 체험, 교육, 연구를 통해 인간과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국립생태원(원장 최재천)은 서해와 금강을 끼고 있는 서천에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부지만 약 100만㎡(축구장 92개의 크기)로 웬만한 대학 캠퍼스보다 훨씬 넓다. 들어가면 자연의 냄새가 코로 들어와 저절로 휴식이 된다.
습지와 연못, 논, 숲, 잔디 등 한국의 자연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다양한 생태 공간들이 있다. 하지만 식물들이 줄을 맞춰 늘어서있어 인공적인 냄새가 나는 사설식물원과는 확실히 다르다. 특히 생태원내에 논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자연을 그만큼 중시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쉽게 볼수있는 다랑논이 조성돼 있고, 습지도 샘통습지, 묵논습지, 람사르습지, 하천배후습지 순으로 국내 대표적인 습지식생을 재현했다. 수심에 따라 조성된 부유식물, 부엽식물, 침수식물, 정수식물을 관찰하는 것도 재밌다.
방문객들은 다양한 습지와 하천이 있는 금구리지역, 한반도 숲과 고산식물,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있는 하다람구역을 한가롭게 거닐고 있었다. 걷기 힘든 어린이, 노약자를 위해 전동카트도 운행되니까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지역은 에코리움이다. 에코리움은 열대, 사막, 지중해, 온대, 극지 등 세계 5대 기후대 생태계를 옮겨놓은 ‘작은 지구’라 할 수 있다. 서대수 전시기획관리처장은 “기후대별 생태계를 최대한 재현해 기후와 생물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말했다.
에코리움은 건물 자체가 예술이다. 2013년 대한민국녹색건축대전 최우수상 등 각종 건축상을 수상한 매력적인 공간이다. 여기에는 식물 1900여종과 동물 230여종이 전시돼 있다.
생태해설사의 안내로 첫번째로 들어간 열대관은 후끈한 열기가 약간 힘들게 했지만 볼거리들이 이를 충분히 상쇄해주었다. 아시아 열대 우림을 중심으로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별로 열대 서식지를 볼 수 있다. 보통악어보다 크기가 조금 작은 나일악어와 세계 최대의 담수어로 아마존 등에 있다는 피라루크 외에도 열대우림지역에서 서식하는 양서,파충류 20종,100여 개체를 만나볼 수 있다.
그 다음 들어간 사막관은 습기가 적어서인지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대륙별 다양한 사막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고, 사막의 대표식물인 다육식물과 선인장의 비교전시를 경험해볼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 등 북중미 남서부의 척박한 건조지역에서 15m까지 자라는 사와로 선인장은 수분을 풍부하게 머금고 있다. 남미에서 왔다는 선인장 이름(cuscino di suocera)이 ‘시어머니 방석’이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빵 터졌다. 엉덩이가 딱 들어갈 정로로 둥근 방석 같이 생겼는데, 곳곳에 가시가 있다. 남미에도 시어머니는 그리 좋은 이미지가 아닌가 보다. 서부다이아몬드방울뱀과 도마뱀을 관람하고, 낯선 사람들이 오면 경계병 자세를 취하는 프레리도그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지중해관은 다양한 꽃과 허브들이 향기를 뿜어낸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식충식물과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관람객을 맞는다. ‘정글의 법칙’ 등에서 봤던 바오밥나무는 몇천년을 산다고 한다. 곶자왈 등 제주도 분위기를 연출한 온대관과 젠투펭귄, 친스트랩펭귄이 뒤뚱뛰뚱 걷고 있는 극지관도 볼만하다.
에코리움에는 4D 애니매이션 ‘강산이의 모험‘을 상영하는 4D 영상관도 갖추고 있다. 요즘은 올 가을에 동양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개미특별전’ 준비로 바빴다. 생태전문가인 최재천 원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기획인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생태원에서 살아있는 지구생태계를 탐험하는 체험여행을 하면다면 휴양과 재미, 교육적 효과를 모두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서천에는 국립생태원 외에도 영화 ‘JSA’와 드라마 ‘추노’ 촬영지로 유명해진 6만평의 신성리 갈대밭과 장항송림산림욕장,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생태 관련 여행지들이 인근에 있다.
서천=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여행가이드
국립생태원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입장료:성인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
문의 041-950-5300, www.nie.re.kr
가는 길: 자가용을 이용하면 서해안고속도로나 서천공주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좋고, 장항선 열차를 이용해 장항역에서 내리면 국립생태원 후문으로 바로 연결돼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