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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국내] 600조원을 주무르는 ‘초고령 슈퍼리치’
시총 상위 300개 기업중 경영인 165명 조사…70대이상 회장 53명 기업주식 가치만 600조원

93세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 맥주시장 진출 꿈 이뤄…정몽구 현대차 회장 그룹본사 한전부지 인수 추진


[특별취재팀] 50세. 한국의 직장인이 일자리를 물러나는 때다. 통계청은 최근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나이를 만 49세로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은퇴 공식’은 재계 부호들에겐 예외다.

시가총액 상위 300개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 165명의 평균 연령은 66.04세. 이들이 한창 기업을 이끌고 있는 ‘현재진행형’임을 감안하면, 은퇴란 사실상 없는 셈이다.

165명은 헤럴드경제가 시총 상위 300곳 중 외국계와 공기업적 성격을 지닌 곳, 매각이 진행 중인 곳 등을 제외하고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번 분석은 그룹 총괄 성격을 지닌 각 기업 내 가장 나이가 많은 ‘오너 경영인’을 꼽는 방식으로 선정했다. 때문에 CJ그룹에선 이재현 회장 대신 이맹희 명예회장이,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 대신 신격호 총괄회장이 그룹 경영인을 대표하게 됐다.

그 결과 연령대별로는 재계 부호 165명 가운데 60대가 70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시총규모는 70대가 맡은 기업이 460조원으로 세대 가운데 가장 컸다. 70대 이상 재계 부호는 모두 52명으로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주식가치(시총)만 600조원이 넘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한국 재계에선 이미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100세 바라보는 90대 회장 6인=현재 300개 기업을 이끄는 총수 가운데 최고령은 시총 230위 고려제강의 홍종렬 명예회장으로, 올해 97세다. 기업 경영활동에 구체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진 않지만 등기임원으로 등록돼있다.

홍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서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정형식 일양약품 명예회장이 나란히 1922년생(93세) 동갑이다. 이어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이 이들보다 1살 어리고,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이 올해 한국 나이 90세다.

이들 90대 명예회장 6명 아래 움직이는 19개 기업의 시총 규모만 96조3859억원. 5대 기업 가운데 LG와 롯데 등 2개 그룹이 90대 명예회장 품안에 있는 셈이다. 곧 90세 회장의 자리에 오를 80대 회장도 17명이 있다. 원혁희 코리안리 이사회 의장이 올해 89세,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88세다.

80대 이상 기업인이 가장 많이 몸을 담고 있는 산업군이 식품업계인 것도 눈길을 끈다.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84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비롯해 최위승 무학 명예회장(82), 김인순 매일유업 명예회장(80세),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80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83세),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85세) 등 모두 7명이 음식료업 기업인이다.


▶60대는 철강화학, 70대는 의류로 돈벌어=70대는 재계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에 나선 세대이자, 아랫 세대에게 자리를 넘겨주기위해 준비중인 세대기도 하다. 또 한국 경제의 두 축인 삼성과 현대차의 총수가 70대로, 재계에서 가장 큰 시총 규모를 자랑하는 세대다.

그러나 IT와 자동차가 아닌 내구소비재 및 의류가 70대 기업인이 가장 많이 이끈 산업군으로 집계됐다.

김동녕 한세실업 대표이사(70세), 우한곤 베이직하우스 회장(72세), 정재봉 한섬 부회장(74세), 정재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주주이자 신세계백화점 명예회장(78세) 등이 의류업에 종사했다. 한샘, 현대리바트, 리홈쿠첸 등은 내구소비재로 국내 산업계의 이름을 새겼다.

상위 300대 기업에 속한 경영인이 70명으로 재계에서 가장 많은 60대의 활약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132조6319억원으로 70대는 물론 80대나 50대에 뒤쳐지지만, 재계 오너들의 수명이 100세를 향해 달리고 있음을 감안하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은 높다.

60대 대표 부호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대주주인 정몽준 씨(64세)로, 대다수는 철강이나 화학 제품 등 소재 부문에서 부를 축적했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66세)을 비롯해 동국제강, 락앤락, SKC, 유니드, 한일시멘트, 금호석유, 도레이케미칼, 고려아연, 영풍 등 60대가 이끄는 11개 기업이 이 부문으로 나타났다.


▶50대는 제약ㆍ바이오, 40대는 IT 벤처=평범한 직장인이 은퇴할 연령인 50대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55세)을 비롯해 총 32명의 재계 부호가 상위 300대 기업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끄는 47개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는 139조8619억원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개 계열사,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57세)이 3개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회장(52세) 아모레퍼시픽G까지 2개사를 이끌며 50대 재계 대표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산업직군별로 50대 부호가 가장 많이 속한 곳은 제약ㆍ바이오로, 6명의 부호가 이 부문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51세),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57세),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57), 천종윤 씨젠 대표(59세), 윤성태 휴온스 대표(51세),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53세) 등이 제약 바이오 벤처 강소기업이다.

시총 상위 기업인 가운데 가장 어린 경영인은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34세)로, 30대는 송병준 게임빌ㆍ컴투스 대표(39세)를 비롯해 단 둘이었다. 이를 40대까지 확대하면 ‘3040 기업인’은 총 10명으로, 이들이 이끄는 11개 기업 가운데 6개 기업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집계됐다. 50대는 제약바이오벤처 기업가가, 40대 이하는 IT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가가 재계 신인 데뷔 패턴인 셈이다.

▶고령 재계부호의 ‘버킷리스트’=나이가 들었다고 ‘꿈’마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국내 고령의 오너들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지금도 자신만의 꿈을 좇으며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각 오너들에 따라 그들만의 다양한 버킷리스트가 있다.

살아 생전 추진하다 완전히 꿈을 못이룬 곳은 대를 이어 실현하고 있기도 하다. 

롯데는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꿈 중 하나를 이뤘다. 지난 4월 ‘클라우드’ 출시로 발을 내딛은 맥주시장 진출이다. 롯데는 1999년 진로쿠어스 맥주 입찰, 2009년 오비맥주 인수전 등 틈만 나면 맥주 산업에 끼어들기 위한 기회를 노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본래 서울 성동구 옛 삼표레미콘 부지에 지상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고층건물 신축 제안 규제에 밀려 꿈을 잠시 미뤘다. 정 회장은 최근 한국전력의 삼성동 본사 부지 인수전 참여를 밝히며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의 꿈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특급관광호텔 규제 완화를 간곡히 요청한 바 있다. 조 회장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옛 미국대사관 숙소) 부지에 호텔과 갤러리, 공연장이 이뤄진 한옥호텔 추진이 바람이다.

매일유업의 유기농 브랜드 ‘상하’는 고 김복용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2006년 세상을 떠난 김 회장은 유기농 유제품 시장을 ‘마지막 사업’으로 꼽으며, 사망 하루 전까지 상하 목장을 방문할 정도로 강한 추진욕을 보였다. 이에 부인 김인순 매일유업 명예회장이 뜻을 이어, 2008년 상하치즈를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강원도 대관령에 운영중인 목장을 종합레저타운으로 개발하는 것이 숙원사업이다. 

지난 10일 96세로 작고한 전중윤 창업주가 오래전부터 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대관령 레저타운은 아들인 전인장 회장이 물려받아 추진할 계획이다. 고 전중윤 회장은 대관령 삼양목장에 스키장을 포함한 대규모 레저 휴양시설을 갖추고 종합리조트 사업에 진출하고자 했다. 

재계는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삼양식품이 레저타운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yjsung@heraldcorp.com

특별취재팀=권남근(팀장)·홍승완·배지숙·성연진·윤현종·민상식·김현일 기자, 염유섭·양영경 인턴기자, 박현구·안훈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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