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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랑끝’ 푸틴, 우크라 동부 군사개입할까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하면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 부메랑’과 ‘말레이항공 MH17 피격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국제사회 뿐 아니라 경제악화로 국내에서도 비난여론에 부딪히면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사 개입하는 벼랑끝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국민과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지지세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사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서방제재 경제 직격탄=러시아 경제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 여파로 올해 ‘제로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강한 러시아’ 기치 아래 ‘차르’ 푸틴을 전폭 지지했던 러시아 국민은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다.

급기야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노보시비르스크 등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는 ‘크림반도 지원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고개를 들었다.

발단은 서방의 제재 강화다. 자원 수출길이 막히면서 이를 지렛대 삼아 매년 증가했던 가처분소득 성장은 제동이 걸렸다. 루블화 가치는 급락해 물가상승률은 7%까지 치솟아 서민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러시아 정부는 크림반도 지원을 위해 200~300억달러(약20조5000만원~31조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재무부가 올해 연금적립기금 예산을 크림반도 지원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러시아 국민의 공분을 샀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59%에 달했던 “크림반도 경제지원 찬성” 응답자는 5월 46%로 떨어졌고, 반대는 30%에 달했다.

푸틴의 자금줄인 신흥재벌집단 ‘올리가르히’도 서방의 정밀제재에 올해 160억달러(약 16조원) 자산손실을 봤다.

‘대국 재건’을 내걸고 국민감정에 호소했던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80%를 유지하고 있지만 크림반도 지원에 대한 반발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극우세력 “푸틴은 배신자”=일반국민 뿐 아니라 크림반도 합병에 열광했던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러시아 극우세력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 등 친러세력의 개입 요청에 부응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일종의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서방제재를 우려해 지난 6월 우크라이나에서 무력행사를 인정하는 의회승인 철회를 상원에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브레인’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두긴은 이달 초 미 시사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에 개입하지 않으면 푸틴 대통령은 끝”이라고 일갈했다. 두긴 교수는 미국 중심 가치관에 대항하는 ‘유라시아주의 사상’을 주도한 인물이다.

▶푸틴, 우크라 동부 개입할까=미국과 유럽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친러세력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푸틴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격추 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서방과 대립이 깊어지면 추가제재에 직면할 상황이지만 애국심에 기반한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친러파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무장세력의 3분의 1은 러시아 출신 의용병이다. 지도부 역시 대부분이 러시아 출신이다.

일례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전투를 지휘하는 러시아 출신 이고르 스트레르코프 사령관은 체첸 분쟁에도 참여했던 과격 민족주의자다.

푸틴 정권의 통제 아래 있는 언론매체가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를 ‘파시스트’로 칭하면서 러시아계 주민이 탄압받고 있다고 연일 보도해 러시아인들의 참전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영국왕립국방연구소(RUSI)의 러시아 연구원 이고르 스투야긴은 “푸틴 대통령이 국민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놨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기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자국내 구심력을 유지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합병에 이은) ‘새로운 승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사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애당초 푸틴의 전략도 친러주의자들의 자치권을 확보해 우크라이나 전체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군 1만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주둔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내외에서 추궁당하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서방 군사 관계자들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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