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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김수한> 최고가와 헐값 사이
지난 17일 한국전력은 이사회를 열어 서울 삼성동 소재 본사 부지(7만9342㎡)를 최고가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자격제한 없이 누구나 최고가를 써내면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재계순위 1,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이 부지를 탐내고 있어 공시지가 1조4837억원, 장부가액 2조73억원이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매각가는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 측은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고 특혜시비도 없애기 위해 최고가 입찰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한전이 이 부지를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올해 11월 전남 나주 소재 광주전남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해야 하기 때문. 관계 법령상 본사 부지는 지방이전 완료 1년 이내에 팔아야 해 한전 부지의 매각 데드라인은 내년 11월이다. 그러나 헐값에 판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조기(올해 안)에 최고 입찰가에 팔기로 한 것이다.

한전의 속사정은 이해된다. 그러나 정부나 공공기관의 이중잣대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서울에는 2000년대 초중반 지정된 총 34개의 뉴타운지구 내 243개 구역의 재개발사업이 오도가도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사업이 멈춰 선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낮은 보상비다. 뉴타운 조합원들은 시세의 60~70% 선인 공시지가로 보상받게 돼 있다. 시세가 3억원인 집 보상비가 2억원이 채 안 되니 조합원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뉴타운 개발사업은 기존 재개발사업을 한데 묶어 추진하는 광역 재개발사업이다. 지구 전체 면적이 50만㎡에 달해야 뉴타운으로 지정된다. 서울에만 34개 뉴타운 지구가 있으니 대략적으로 서울 노른자위 땅 1700만㎡가 뉴타운으로 묶여 있다고 보면 된다.

1개 구역 조합원을 대략 1000명으로 치면 243개 구역 24만3000가구가 이 문제로 10년이 넘게 시름에 빠져 있다. 가구당 가족을 4인으로 치면 서울시민 약 100만명의 생사가 걸려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가나 공공기관은 지방 이전을 앞두고 자기 부지는 절대 헐값 매각을 하려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뉴타운 조합원의 집은 헐값에 보상하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내 돈은 아깝고 남 돈은 안 아까운가. 

김수한 소비자경제부/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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