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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정적 증거 있다”던 美 왜 미적거리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말레이시아 여객기(편명 MH 17) 피격 책임을 놓고 놓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자칫 진실이 미궁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미국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미적거리면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존 케리(사진) 미국 국무장관은 MH17기가 격추된 지 사흘만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미사일 발사 이미지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일주일이 다 되도록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은 5개의 시사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미국은 MH17기 재앙에 러시아가 간여했다는 엄청난 양의 증거(enormous amount of evidence)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케리의 이같은 어정쩡한 태도는 우크라이나 사고 현장 조사가 제한되는 것과 맞물려 진실 규명을 공회전시킨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MH 17기 격추의 결정적 증거를 영국으로 넘어간 블랙박스 분석 결과와 24일 예정된 유럽의 대러제재안을 확인한 뒤 러시아 숨통을 조이기 위한 ‘막판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이 실제로 발사 이미지를 확보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AP통신은 23일 미 고위 정보당국자들을 인용, “미국이 MH 17기 격추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러시아인들이 미사일 발사대에 존재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미사일 발사대원이 러시아에서 훈련받았다는 것을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자들이 발사한 SA-11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추락한 것 같다”며 “러시아는 분리주의자들을 무장시킴으로서 추락과 관련한 ‘조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고위 관료는 “가장 유력한 설명은 ‘실수로’ 여객기가 격추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들은 과거에도 실수로 미사일이 발사돼 여객기가 격추된 사건들이 있었다며 1983년 소련의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과 1988년 미국의 이란 여객기 격추 사건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이 증거 공개에 뜸을 들이고 유럽이 러시아 제재에 균열을 보이자 그 틈을 노려 ‘여론 물타기’에 들어갔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의 문구를 ‘격추에서 추락’으로 바꾸고, 국제조사단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부분도 ‘우크라이나 조사단 참여’로 변경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서방을 향해 역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반격한데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서방이 러시아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한 최후통첩성 논리를 제시하며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언론은 “MH17기 격추는 미국 정보당국 CIA의 사주에 의해 우크라이나가 한 것”이라는 ‘미국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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