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황해창 기자의 세상읽기> 오바마가 번트왕(bunter-in-chief)?
[헤럴드경제=황해창 선임기자]중국의 약진이 두려울 정도입니다.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은 알았지만 중국이 드디어 세계 최강 경제국이 된다는 겁니다. ‘중국 16조7349억 달러, 미국 16조6522억 달러’. 중국이 미국보다 827억 달러나 더 많습니다.

최근에 세계은행(WB)은 올해 말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경제 1위국이 되고, 인도가 일본을 제치고 3위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더 알아 봤더니 2012년에 이미 중국이 무역액으로 따져 미국을 앞질렀다고 합니다. 중국 3조8700억 달러(원화 4231조 상당), 미국 3조8200억 달러(원화 4177조)로 각각 집계됐다는 겁니다.

중국이 세계경제 1위국에 등극하면, 1872년 미국이 영국을 추월해 세계최강이 된지 142년 만에 이뤄지는 자리바꿈입니다. 온통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일본은 중국에 밀리더니 이제는 인도에 뒤처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이상합니다. 미국은 몹시 자존심 상할 것이고 중국은 기뻐 펄쩍 뛸 것인데 그게 아니니 말입니다. 중국이 “내가 무슨 1위?”라는 식으로 손사래를 치며 WB에 이런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1년이나 윽박지르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골프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한마디로 툭 잘라 말하면 돈내기 싫어서입니다.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떠안아야 할 국제적인 책무, 특히 유엔예산 등 재정부담이 엄청난 때문이라는 겁니다.

바야흐로 ‘G제로‘시대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미국과 일본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지칭된 2강 G2도, 7공자 계모임인 G7도, 사교클럽 G20도 큰 의미가 없게 생겼습니다. 세계질서 재편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대고, 일본은 미국에 찰싹 달라붙어 중국의 상투를 잡아 흔들고, 한국이 중국과 부르스를 치는 사이 북한은 보란 듯이 일본과 맞바람을 즐깁니다. 누가 적인지 누가 아군인지 분별이 불가능한 그야말로 무질서의 극치입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탈-탈냉전(post-post cold war)’시대라고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이 정말 미국답지 않아 보입니다. 시리아 사태, 이스라엘의 보복공습, 우크라이나 내전과 반군의 말레이시아 여객기(MH17) 격추사건 등 나설 일이 태산인데 너무 태연한 겁니다.

그렇습니다.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추락은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그 정점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입니다. 반군지도자는 차라리 속 편합니다. 러시아가 문제의 요격미사일을 우크라이나 친러 반군에게 공급한 것이 분명하고, 반군이 민항기에 미사일을 쏘는 모습이 정찰위성에 잡혔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낚시를 즐기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세계 지도자들이 반(反) 푸틴 대오를 이뤄 연일 레드카드를 꺼내듭니다. 대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분노를 행동으로 전환하자”고 목청을 돋우고, 마르크 리췌 네덜란드 총리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입장에서 러시아를 향해 “최후통첩”이라며 유럽연합(EU) 차원의 초강도 경제제재를 주도합니다.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의장국인 호주의 토니 애벗 총리는 러시아가 조사와 수습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하긴 앞서 밝혔듯이 G20이란 게 무슨 약발이 있겠습니까만, 아무튼 여기저기서 푸틴을 벼르고 벼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러시아의 속내가 복잡합니다. 지난 1분기 성장률 0.9%로 이전 분기 2.0%에 못 미쳤고 외해로 이탈하는 자본도 510억달러(약 51조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객기 피격사건 직후 러시아 루블화(貨) 가치는 2.2% 하락해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센터’는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007편) 격추만행으로 강도 높은 제제를 받아 체제 해체 위기에 빠졌던 소련의 상황이 러시아에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이 정말 미국다워 보이질 않습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좋아합니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존경한다고 말할 겁니다. 소탈하고 인간적이면서 정의롭고 진정성이 넘치기까지 한 그의 입지전적인 성공 스토리, 그리고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교육열과 심성을 공개적으로 자주 본받자는 그를 미워할 까닭이 있겠습니까.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격추혐의를 받는 러시아제 미사일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좀 다릅니다. 그에게서 ‘정의’말을 유보하려 합니다. 최근 그의 일련의 행보는 적잖이 실망스럽습니다.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행사는 꼬박꼬박 챙기고, 부인 미셀여사의 자선모임까지 찾아 나서는 것도 모자라 휴가를 내 골프투어까지 즐기니 말입니다. 오바마가 이러는 사이 그를 대신해 잔뜩 멋 부리며 쏘다니는 존케리 국무장관은 22일 한 공개석상에서“북한이 조용해졌다”는 둥 오발탄을 쏘았다고 합니다.

23일 조간에는“오바마 대통령이 ‘담대한 희망’에서 ‘번트왕(bunter-in-chief)’으로 곤두박질쳤다”며 비꼬는 외신기사가 실렸습니다. ‘담대한 희망’은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 타이틀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에겐 좀 미안합니다만, 시의적절한 표현입니다. 미국 답지 않은 미국이 답답합니다.
 
/hchw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