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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이종덕> 교황 프란치스코의 ‘자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로마 카톨릭 교회 제26대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이다. 그는 평소 소박하고 격식에 덜 얽매인 형식에 따르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교황직에 선출될 당시에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붉은색 교황용 모제타를 입지 않았으며 평소 전례를 집전할 때에도 검소하고 소박한 제의를 입는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순금으로 주조해 왔던 반지를 도금한 은반지로 교체했으며, 목에 거는 가슴 십자가는 추기경 시절부터 착용하던 철제 십자가를 그대로 고수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서거하시기 전까지 타시던 낡은 쏘나타 승용차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그의 통장 잔고가 생각이 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바티칸 교황청을 통해 ‘한국 천주교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에 “가장 작은 한국산 차를 타고 싶다”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한다. 아시아 대륙에 수많은 지역 교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제일 먼저 방문하는 것은 불안한 한국 사회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해 슬픔에 빠진 이들과 함께 슬퍼하며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고 격려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황의 방문은 현재 문화예술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 일 수밖에 없다. 근자에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노영심씨가 교황방한을 기념해 대국민 홍보곡 ‘코이노니아(Koinonia)’를 발표했다. 노래의 홍보영상에는 가수, 배우 그리고 스포츠 선수 등 문화체육인 30여명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시대의 발전에 따라 귀빈을 환영하는 방법도 많이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1974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필자는 공연 총책임을 맡았다. 당시 정부가 동원한 가두 환영 인파는 총 180만명이었고, 풍선 5만여개와 고층 빌딩에서는 30가마 분량의 오색 꽃종이를 뿌렸다. 대통령 방한은 국가적 차원에서 최대한 화려하고 성대하게 진행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최근에는 비효율적이고 과도한 의전주의는 지양하고, 외교적 차원에서 국빈들의 평소 생활 습관 등을 면밀히 파악해 ‘마음을 사는 의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문화공보부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시절은 문화예술이 세분화되지 못해, 국가의 큰 행사는 모두 문공부 문화과에서 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의전은 성대한 규모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였다. 하지만 국가의 수준이 이만큼 향상된 시점에서는 ‘진정성과 품격’이 묻어나는 의전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문화와 언어는 다르지만 배려와 경청으로 선진화된 한국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면, 형식에만 급급한 ‘손님맞이’라는 인식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신자들과 함께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는 자리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을 초청하고 그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수고하고 짐 진 한국’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치유의 손을 내밀어 준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계 없는 신의 자비’에 우리 국민 모두가 새로운 희망과 사랑을 마음속에 품을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 것이다. 교황이 된 직후에도 ‘프란치스코’로 불리기를 원할 정도로 맑고 깊은 그에게 지금 우리는 허례허식이 아닌 교황을 맞이할 가슴속에서 우러나온 우리 이야기를 담담히 꺼내 놓아야 할 때다.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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