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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압박 국제공조 출발부터 ‘삐걱’…알맹이 빠진 유엔 결의안ㆍ추가제재도 불협화음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편명 MH17) 피격으로 민간인 298명이 사망한 사건의 책임을 물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더욱 강한 재갈을 물리려는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이 벌써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피격 닷새째인 2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즉각적인 현장 접근과 조사가 보장돼야한다는 결의안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반발로 당초 ‘격추됐다’는 표현이 ‘추락했다’로 바뀌고, 국제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부분도 ‘우크라이나도 조사단에 참여하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주도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향후 피격조사 과정에서 지리한난항이 예고하는 대목이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놓고도 서방 국가간 이해관계에 따라 또다시 불협화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사진 =가디언]

▶알맹이 없는 유엔 안보리 결의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21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은 여객기가 ‘격추됐다’가 아닌 ‘추락했다’로 초안에서 문구가 수정됐다. 러시아 정부가 국제조사에 선입견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의안은 “충분하고 객관적인 국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사건 관련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 반군을 비롯한 모든 무장세력은 즉각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추락 현장과 주변 지역에서 국제조사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해야한다”는 등 실효성 없는 공허한 요구만 담았다.


▶국제사회 불협화음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두고 유럽연합은 또다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영국이 강력한 징계를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 의회에서 “우리의 힘, 영향력, 자원을 느끼게 해줄 시간이다. 러시아가 유럽 이웃국가(우크라이나)에게 갈등을 계속 부채질하는 한 유럽 시장, 유럽 자본, 유럽 지식과 기술 전문가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이날 저녁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외무장관 회의에서도 영국은 러시아의 무기 수출 금지 등 러시아 경제 전 영역으로 제재 범위를 확대해야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영국 일각에서는 런던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기업의 유로화 및 파운드화 거래를 금지시켜야한다는 초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스트랄급 수륙양용 군함 2척을 러시아에 수출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제제영역 확대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프랑스는 국방 등 섹터로 확대하지 말고, 지난 2차 제재(개인 자산동결과 여행금지)의 대상을 늘리는 선으로 합의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한 관료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으로선 미스트랄 계약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도자들의 자제를 촉구하며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여기에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러시아에 대한 포괄적 제재에 반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피격 사고에서 가장 큰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는 시신을 양도받지 못한 민감한 시기에 더 센 제재가 더 큰 역풍을 불러올까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유럽 이외 지역에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MH17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에게 지원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고 몰아붙이는 반면 중국은 성급한 결론을 자제해야한다며 은근히 러시아 편에 서 있다.

우크라이나 전투기 Su-25

▶새로운 제재는 실효성있을까 =지난 4개월 동안 내놓은 제재안에서 EU는 유럽투자은행과 유럽재건개발은행의 러시아에서 신규 파이낸싱 중단, 기업가와 정치인 72명에 대한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기업 2곳에 대해 자산동결과 EU 기업과의 비즈니스 중단 등을 조치했다. 하지만 별 실효성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추가제제는 러시아 군의 무기 수출 금지 등 처음으로 국방부문까지 포괄적으로 아우를 전망이다. 여기에다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국영석유회사 로즈네프트 등 서방 기업들과 사업 협력 정도가 큰 에너지 공기업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CNBC는 가스프롬의 최고경영자 알렉세이 밀러를 비롯해 푸틴 측근 억만장자들이 제재에 포함될 것 같다면서도 “정치적 엄포와 ‘무서운’ 대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부자들은 고통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며 “대부분의 러시아 엘리트들은 이미 해외 안전한 곳에 자산을 숨겼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물타기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주장을 펴는 가하면 ‘미국 음모설’까지 퍼뜨리기 시작했다. 러시아 방송 채널원은 MH 17기 격추는 미국 정보당국 CIA의 사주에 의해 우크라이나가 한 것이란 주장이 담긴 방송을 내보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이 어떻게 작전을 폈는 지 그래프로 보여줬다. 채널원은 러시아가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함께 빠른 경제 성장을 이뤄, 미국을 자극했다는 식으로 분석했다.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노보스티는 MH 17이 격추될 당시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사고 지점을 근접 비행하고 있었다는 러시아 군 관계자의 주장을 21일 보도했다. 러시아 군 작전참모본부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중장은 “우크라이나 Su-25기가 말레이시아 항공 보잉기와 3~5km 떨어져 날고 있었던 것으로 감시센터에 의해 탐지됐다”고 밝혔다.

그는 나토명 ‘프로그풋’으로 명명된 Su-25기는 5km 이내의 목표물을 공대공으로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을 버릴 여유가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은 이들을 저버릴 수 없다. 이는 지정학적 패배이고, 국내 강경론자를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서방을 향해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며 선을 긋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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