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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뿔소의 눈물…뿔 노린 밀렵꾼에 하루 3마리꼴 희생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부(富)를 과시하기 위해, 혹은 건강에 좋다는 낭설에 홀려 뿔을 찾는 사람들의 비뚤어진 욕망 때문에 수많은 코뿔소가 희생되고 있다. 전 세계 코뿔소의 70~80%가 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지금도 하루에 약 3마리가 단지 뿔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21일(현지시간) 독일 방송 도이체벨레는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코뿔소가 죽임을 당한 데 이어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코뿔소 암거래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세계 최대 코뿔소 서식지인 남아공에선 매년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1990년부터 2007년까지만 해도 연평균 14마리가 죽는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엔 1004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에 의해 희생됐다.

올 들어서는 7월 중순까지 벌써 558마리가 죽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대 수준이던 지난해 피해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남아공 정부는 앞으로 단속이 강화되지 않으면 현재 2만마리 수준인 코뿔소 개체수가 2016년 감소로 돌아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코뿔소는 멸종 위험이 아주 높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코뿔소 밀렵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뿔을 찾는 아시아 ‘큰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에 이제 주문 후 이틀이면 남아공에서 아시아까지 배송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오늘도 약 2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의 손에 피를 흘리고 있다. [자료=WWFㆍ도이체벨레]

아시아 신흥부자들 사이에선 코뿔소의 뿔과 코끼리 상아는 자신의 부와 계급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통한다.

특히 아시아 최대 밀수국인 베트남에선 코뿔소 뿔이 열을 내리거나 해독제 기능을 하는 ‘기적의 약’처럼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뿔을 간 가루를 음료에 타먹는 것도 유행이 됐다.

이에 따라 암시장에서 코뿔소는 금이나 코카인보다 귀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암시장에서 금 1㎏의 시세가 3만1000유로(약 4310만원)에 형성된 반면, 코뿔소 뿔 1㎏의 가격은 5만유로(약 6950만원)를 호가한다.

이처럼 코뿔소 뿔 하나만 팔아도 일가족이 몇 개월은 먹고 살 수 있는 큰 돈이 나오자,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밀렵꾼들은 야생에서뿐만 아니라 민간인 습격도 서슴지 않는다. 남아공 코뿔소 소유주협회(PROA)의 펠럼 존스 회장은 “뿔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가는 가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밀렵꾼으로부터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

코뿔소 1만2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남아공의 크루거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올해에만 351마리의 피해를 입은 크루거 공원은 일부 코뿔소를 다른 국립공원에 이송하거나 아예 야생으로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700명의 경비원을 투입했지만 이스라엘 영토 크기의 거대한 야생 코뿔소 서식지인 이곳을 지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코뿔소 거래 시장을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존스는 “불법성이야말로 뿔의 매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뿔을 합법적으로 살 수 있다면 불법 구매와 가격까지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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