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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병기 활’의 애기살 갖춘 정조시대 지방 군부대 실상…18세기 희귀문서 첫 공개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등장한 것처럼 살의 길이가 짧으나 사정거리는 보통 화살의 두 배에 이르고 강력하기가 짧은 거리에서는 적 두 명을 관통할 정도였다고 하는 일명 애기살, 즉 편전(片箭)을 포함한 각종 무기와 병서, 군량미 등 조선 시대 지방 군영의 모습을 속속들이 적어 놓은 희귀문서가 공개됐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현선)이 21일 언론에 공개한 정조 9년(2785년) 작성 고문서로 함경북도 길주목(吉州牧) 소속 서북진병마첨절제사(西北鎭兵馬僉節制使) 윤빈(尹鑌)이 후임자와 직위를 교체하면서 작성한 해유문서(解由文書)이다. 해유문서란 조선시대 관리가 교체될 때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하면서 작성하는 문서, 일종의 인수인계서를 말한다. 서북진은 지금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 지역의 경계와 방어를 담당하던 군진이다. 이 문서는 전임자인 윤빈의 해유문서를 후임관인 김세휘 받아 다시 보고용으로 작성한 뒤 함경북도병마수군절도사에게 올린 해유첩정(解由牒呈)과 함경북도 병마수군절도사가 다시 병조에 올린 해유첩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가지의 문서가 연결돼 전체 크기는 세로 80㎝, 가로 670㎝에 이른다. 


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연구소에 따르면 현존하는 조선시대 해유문서는 100여 건으로 이 가운데 지방 무관직 관원의 해유문서는 7건으로 매우 희귀하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함경도 지역의 고문서는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다. 따라서 이 자료는 조선시대 최북단 지역인 함경북도 길주목 서북진이 소유한 각종 물품에 대해 상세히 알 수 있는 해유문서로서, 조선후기 함경북도의 국방태세를 살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국립중앙도서관측은 설명했다. 이 문서는 지난 4월 국립중앙도서관의 고문헌 수집 공고에 응한 개인 소장자를 통해 존재가 확인됐다.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이 진위 확인 등 절차를 거쳐 소장자로부터 구입해 공개하게 됐다. 


윤빈의 해유문서는 무기류, 병서류, 그리고 군량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350여 항목에 이르는 내용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특히300여종에 이르는 무기류의 현황이 당시 조선의 군사력과 국방력의 일면을 보여줘 주목된다. 고문서는 무기류를 활과 화살 등 궁시(弓矢), 총통ㆍ조총ㆍ화약ㆍ탄환ㆍ폭탄 등 화약병기, 창과 칼 등 사살무기, 징ㆍ북 취리ㆍ각종 깃발 등 신호장비, 방패, 마름쇠 등 방어장비로 상세히 구분하고 있다. 그 내역을 보면 ‘철환’이라고 부르던 쇠구슬 모양의 무쇠 탄환 1만 4111개, 적이 오는 길목에뿌려 놓아 지뢰역할을 하던 쇠못인 마름쇠(菱鐵) 4997개, 편전 670개, 조총 343개 등 그 항목과 개수를 세세히 기록했고 쌀, 콩, 조, 보리, 기장 등 군량미도 꼼꼼히 적어놓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국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18세기에 들어 국가방위를 한층 강화하고자 했다”며 “특히 정조는 즉위년부터 국방력의 강화를 강조했고 이 고문서를 통하여 당시 북방에 대한 군사력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서 뒷부분에 경자년(1720), 을사년(1725), 병오년(1726), 정미년(1727), 임자년(1732), 을유년(1765)으로 나뉘어 기록된 내역을 보면 조총에 사용되는 납으로 만든 총알과 화약이 다량 추가됐으며, 이를 통해 18세기 북방 국경지역 방어에 화약병기가 꾸준하게 보급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국립중앙도서관은 덧붙였다. 


고문서의 언론 공개 행사에서 자료에 담긴 각종 무기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한 육군사관학교 군사박물관 김성혜 부관장은 “편전과 흑각궁(무소뿔로 만든 활)을 포함한 활과 화살, 총통 등의 비중이 높은 해유문서의 기록은 환도(살상용 칼) 중심의 접전을 위주로 한 일본과는 크게 대비되는 조선의 무기 체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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