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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따 위기’ 푸틴, 돌파구가 없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 ‘사면초가(四面楚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서 갈등에 개입한 지난해 말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여객기(편명 MH 17)가 우크라이나 동부 영공에서 친(親) 러시아계 반군 세력이 쏜 미사일에 의해 격추돼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한 민간인 298명이 애꿎게 목숨을 잃자,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에게 최종 책임을 따져 묻고 있다.

지난 주말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더욱 강력한 제재를경고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왕따 상태’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다이앤 페인스타인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 날 CNN에 출연해 “러시아와 분리주의자들 간의 결탁은 매우 분명하다. 이번 사안에서 푸틴은 어디에 있느냐”며 “푸틴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남자답게 행동하라. (말레이여객기 피격이)실수라면 세상에 그렇게 말하라’”며 푸틴 대통령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그동안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원 등의 댓가로 서방으로부터 4차에 걸쳐 단계적인 경제 제재를 받고도 푸틴 대통령은 대내외에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외려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감청기지를 설치하기로 하는 등 중남미의 옛 소련 우방국과 손을 잡는 가하면, 중국과의 에너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서방 견제 행보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이번 말레이 여객기 피격 사건의 무게감은 다르다. 298명의 무고한 인명이 공중분해된 사건은 국제사회를 경악케했다. 크림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사태의 지정학적 갈등을 뛰어 넘어 인류애와 세계평화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부는 “서방 정부와 서방 언론이 말레이 여객기 피격의 책임을 증거도 없이 푸틴 대통령에 성급하게 지운다”고 주장하며 발을 빼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로선 선택지가 없다”면서, “그 결과 러시아는 지연 전술을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딜레마에 빠졌다.

한 외교관료는 FT에 “푸틴이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크라이나 동부 민병대와 공개적으로 의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받아들 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 싱크탱크인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표도르 루캬노프 회장은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를 지원하는 강력한 국가주의 정서에 불을 지핀 뒤여서 푸틴 대통령으로선 (동부세력과 의절은)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 1차 선택은 ‘의혹 감추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대 러시아 안보 전문가 마크 갤러티 교수는 “만일 내가 크렘린궁의 자문가라면, 모든 사람들이 절차 상 교착상태에 있을 때 범죄 현장을 빨리 치우라 제안할 것이다”며, 러시아 군 정보당국과 공군 전문가가 이미 사고현장에 투입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안보 당국은 반군 지도자간의 교신 녹취록에서 “모스크바가 ‘블랙박스’가 어디있는 지 관심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말레이 여객기 피격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동부 세력과 단호하게 선을 그을 지, ‘신유라시아’ 패권주의 꿈을 잠시 접어둘 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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