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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빚에 짓눌린 지구촌…국채 발행 러시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지구촌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나랏 빚에 멍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저금리 기조 속에 신흥국이 상반기 국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이 기록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장들은 채권시장의 ‘희열’이 미래의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신흥국의 상반기 국채 발행 규모는 69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4% 급증했다. 국제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중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숫자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톰슨로이터는 “이같은 증가세가 올해를 신흥국 국채발행 최고의 해로 등극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국채를 발행한 신흥국은 멕시코로 나타났다. 임금정체로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멕시코는 지난 6월까지 올해 84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 이어 슬로베니아(62억달러), 터키ㆍ인도네시아(53억달러), 폴란드(46억달러), 루마니아(36억달러), 헝가리(30억달러)가 뒤를 이었다.

한편 선진국의 상반기 국채 발행액은 신흥국의 배 이상인 1576억달러로 집계됐다. 선진국중 정부부채가 최고치인 일본의 경우, 일본은행이 보유한 올해 국채 보유 잔고는 201조엔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57.2% 증가한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금융완화 조치로 국채 발행액의 70%를 일본은행이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앞다퉈 국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저금리’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UBS은행의 이머징마켓 전략가 바뉴 바베자는 “신흥국이 저금리를 이용해 단기채 리파이낸싱(채무조정)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발행 채권의 질적인 부문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어 우려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이어진 초저금리 기조와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은 국채 수익률을 떨어뜨리면서 투자자들을 더 위험한 신흥국 채권에 베팅하게 했다. 이를 기회로 구제금융을 받은 신흥국도 국제 채권시장에 진입,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실제로 지난 4월 그리스는 디폴트(국가부도) 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당시 그리스의 30억유로 규모 국채에는 200억유로 투자금이 몰렸다. 10억달러 구제금융을 받은 키프로스도 1년 만에 20억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했다. 


대표적 프런티어 마켓(지금은 주목받지 못하지만, 성장 전망이 밝은 국가)인 아프리카 국가들도 잇달아 국채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6월 케냐는 사상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에 20억달러를 조달했다. 케냐의 국채 발행에는 모집액의 4배에 달하는 80억달러 투자금이 쇄도했다. 이밖에 2008년 디폴트를 선언했던 에콰도르도 20억달러 국채 발행에 성공했다.

문제는 부실한 신흥국의 국채발행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선진국들이 잇달아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ㆍ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단계 축소(테이퍼링)를 시사하자 신흥국에서는 글로벌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환율ㆍ주가 시장에 대혼란이 야기됐다.

이 때문에 ‘중앙은행의 중앙은행’격인 국제결제은행(BIS)은 국가부채 부담이 커지면서 야기되는 위험성을 이례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20일 베를린을 방문한 미셸 샤팽 프랑스 재무장관과 회담 후 공동 회견에서 “거품 위험을 정부만 감독할 수는 없다”면서 “중앙은행도 통화 정책 수립에서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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