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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신을 인질로?…애타는 가족들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어머니는 언제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없을 수도 있으니 강한 남자가 돼라’라고요.”

한 말레이시아 항공 격추사건 유가족이 어머니로부터 종종 들었던 말은 이내 곧 현실이 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향해 비행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MH17기는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격추당했고 졸지에 부모님과 할머니를 잃었다.

그러나 사고 현장은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에 의해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그는 가족들의 시신이 발견됐는지, 발견됐다면 제대로 수습됐는지, 시신은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처지다.

20일 뉴욕타임스(NYT)는 분리주의 반군에 의해 사고 현장이 온통 차단돼 전문가에 의한 사고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사고 희생자들과 유가족. [사진=NBC방송]

NYT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200구에 가까운 시신을 찾아 보관 중에 있으나 사고 현장에 대해선 철저히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전문가들의 진입은 막고 있으면서 훈련도 받지 않은 지역 자원봉사자 수백 명이 꼬챙이를 들고 잔해를 건드리면서 수색하고 있다며 사고 현장 훼손을 우려했다.

이날 전체 탑승자 298명 가운데 247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반군이 통제하는 시설로 옮겨져 일각에서는 증거 인멸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나탈리야 비스트로 우크라이나 비상대응팀 대변인은 반군이 위협해 수습한 시신 198구를 모두 넘겼고 “그들이 시신을 어디로 가져갔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실제 반군이 전날 현장에서 희생자 시신을 대거 가방에 담아 트럭에 실어 옮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드리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NYT에 38구의 시신이 분리주의자들이 통제하고 있는 도네츠크 시체안치소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수습된 시신은 더위와 야생동물 등 탓에 현장에 방치할 수 없어 냉동열차에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열차는 토레즈 역을 출발,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곳으로 출발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다.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들이 반군에 의해 옮겨지면서 반군이 피해자 유품이나 증거들을 빼돌리거나 없애려 한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친정부 성향의 콘스탄틴 바토츠키 도네츠크주 자치의회 의장은 ”반군이 희생자 유류품을 훔치고 현장에서 불리한 증거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도 반군이 시신과 유품을 빼돌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말 역겨우며 수사를 방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역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자 그대로 술취한 분리주의 세력 병사들이 어떤 의식행사도 없이 트럭에 시신을 쌓아놓고, 증거확보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금까지 국제감시단을 구속하고 ‘인질’로 잡아온 무장세력이 피해자의 시신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거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 조사팀이 사고현장을 찾아 우크라이나에 속속 도착하고 있으나 아직도 현장 접근은 불가능한 상태다.

BBC는 전문가를 포함한 말레이시아 합동조사단 133명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 30명이 도착했지만 현장 조사가 원활치 못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과 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전문가들로 팀을 꾸렸고 영국은 항공사고조사국(AAIB)과 산악경찰대 소속 전문가로 이뤄진 조사팀을 파견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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