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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영권 다툼 부추기는 가업승계제도(?)…“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 필요”
-대한상의, ‘中企 가업승계 지원 제도개선 과제 건의서’ 21일 정부에 전달
-공동상속 인정 해야…과거 업력 요건 완화도 필요
-사전가업승계 지원 강화ㆍ상속세 분할납부 제한 완화 등 건의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6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자녀 1명에게 물려주면 상속세가 약 39억원이지만 2명에게 절반씩 물려주면 약 7배 늘어난 264억원을 내야 한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상속인 1인이 가업재산의 100%를 받을 때만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다수에게 물려줄 경우 세율이 높은 일반 상속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민법상 유류분 반환청구 대상인 경우에는 공동상속도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법정상속분 중 일정 비율을 법률상 반드시 취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즉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복수의 형제가 상속 권리를 인정받을 경우는 세제 혜택을 받는다는 의미다. 상속인 간 합의 하에 이뤄진 공동상속은 일반 상속세가 적용되지만 경영권 다툼으로 법적 공방을 벌인 경우는 세제 혜택을 받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21일 이같은 공동상속 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중소ㆍ중견 기업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건의서에서 “올해 초 가업상속공제율 확대, 사전증여에 대한 과세 특례 영구화 등 가업승계제도가 개선됐지만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공제 요건이나 한도 등으로 기업 체감 효과가 높지 않다”고 밝혔다.

건의서에 따르면 상당수 중소ㆍ중견기업은 공동상속 제한 규정을 가업상속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고 있다. 현재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상속 전 피상속인이 최소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고 상속인 1명이 가업의 전부를 상속받아야 하는데 이같은 규정이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 상의의 주장이다.

지난 2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민법상 유류분 반환청구에 의해 다른 상속인이 부득이하게 상속 받는 경우 예외적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토록 했지만 오히려 원만한 합의에 의한 공동상속이 차별을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의 토로다.

상의는 사전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 확대도 요구했다. 2008년 도입한 ‘가업승계주식에 대한 과세특례 제도’가 가업승계목적의 주식 증여 시 증여재산가액 최대 30억원을 한도로 5억원을 공제한 후 잔액에 대해 10%의 저세율로 과세하도록 돼있지만 7년 째 최대한도가 제자리인 데다가 경제위기 등으로 상속시점 주식평가액이 증여시점 주식평가액보다 하락한 경우에는 사전증여를 하는 것이 오히려 세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가업상속 시기가 늦어질 경우 ‘노노상속(老老相續)’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전증여에 대한 과세특례 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고, 증여세 과세특례 적용재산을 상속 시점에 평가할 경우 과세액을 증여시점 평가액과 상속시점 평가액 중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이외에도 매출액 3000억원 이상 중견기업의 경우 상속세를 최장 15년 간 연부연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3000억원 미만 기업은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되고 최대 12년간 분할납부도 가능하지만 3000억원 이사의 중견기업은 세제 혜택도 받지 못하고 분할납부도 5년까지만 가능하다.

이밖에 상의는 가업상속 후 자산 및 상속 지분 처분을 10년 간 제한하는 사후관리 제도의 완화와,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중소기업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 유예 제도의 일몰연장과 유예 대상 확대, 상속세율 인하 등을 건의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본부장은 “중소ㆍ중견기업 창업1세대의 고령화에 따라 정부와 국회가 가업승계 지원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가업승계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도약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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