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재계 ‘크라우드 소싱’ 열풍
기업 미래 혁신의 단초, 수많은 대중에게 묻다
삼성 ‘앱개발자회의’ · 수익 나눠주는 ‘아이디어LG’ · 프로 뺨치는 SKT ‘주부자문단’ 구성
내부 전문가만으로는 브레인스토밍 혁신 한계…집단지성 통해 미래 비즈니스 구축 나서



21세기는 소비자경제 시대다. 20세기에는 기업이 만든 제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공급자경제였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기업이 만들어 주는 시대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더 잘 읽어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귀를 여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대중에게 아이디어를 구하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다.

크라우드소싱의 원형(prototype)은 미국 벤처기업 쿼키다. 쿼키는 개인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상업화해 급성장한 소셜 제품 플랫폼 기업이다. 회원 100만명이 1주일에 올리는 아이디어 4000개를 검토해 상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우리나라에도 기업이 대중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사례는 많다.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삼성전략혁신센터(SSIC)가 지난 해 삼성디스플레이와 공동으로 개최한 ‘크리에이티브: 플렉서블 퓨처 비즈니스 플랜 콘테스트’는 플렉시블(flexibleㆍ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제품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공모전이었다. 사내에서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또 최근에는 사내직원들에게 수시로 아이디어를 제안받는 ‘모자이크’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크라우드 소싱이 도입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는 운영체제(OS)는 운영하는 기업의 몫이지만, 스토어를 구성하는 개별 앱은 외부의 개발자에게 의지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도 지난 해부터 앱 개발자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해에는 세계적인 게임사 칠링고와 함께 개발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프로그램인 ‘100%인디’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 갤럭시 앱스에서 첫 6개월간 발생하는 수익을 100% 개발자에게 주는 게 골자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로, 또 일회성 행사가 아닌 연중 무휴로 크라우드소싱의 범위를 넓힌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먼저 사회봉사활동에 고객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LG전자의 ‘온정(On情) 캠페인’에서 고객은 LG전자 페이스북으로 사회공헌 방식을 제안할 수 있고, 시간이 허락하면 직점 참여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온정(On情) 캠페인’이 제품개발에 일반 고객을 참여시키는 형태로 발전한다.

최근 발표한 ‘아이디어 LG’는 일반인과 기업이 협업해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들고 수익을 나누는 플랫폼이다. LG전자는 일반인의 아이디어가 제품화에 성공할 경우 매출액의 4%를 초기 아이디어 제공자에게, 또 4%를 아이디어 평가와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한 일반인에게 분배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크라우드 소싱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주부 9명으로 구성된 고객자문단을 출범시켰다. 얼핏 흔한 고객평가단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문단 이지만 상품 및 서비스 기획, 유통까지 전 과정에 걸쳐 깊숙히 참여한다. 자문단 수준을 넘어 개발단이라 부를 만할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이 가져다 준 교훈은 ‘혁신’만이 살길이란 점인데, 문제는 내부만의 브레인스토밍으로는 혁신에 한계가 있다”며 “결국 대중의 아이디어 속에서 혁신의 단초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크라우드 소싱이 도입됐으며,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이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크라우드 소싱은 아직 글로벌 업체와 비교하면 초보단계다. 글로벌 생활용품 업체 P&G도 제품의 35%는 외부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 월풀도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채용해 제품을 고안ㆍ생산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많다.

크라우드웍스는 ‘21세기 새로운 작업 스타일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구인ㆍ구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팀과 협력해 크라우드 소싱 방식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공동 연구까지 진행 중이다.

일본 가전 업체 파나소닉도 크라우드 소싱 중개 업체 랜서스를 통해 지난해 8월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의 디자인을 공모했다. 공모 대상은 사내 직원이 아닌 외부 개인 디자이너였다.

오창호 한신대 경영학과 교수는 “크라우드 소싱은 소비자를 포함한 대중이 직접 참여하고, 주체가 되는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며 “기업과 대중 간 상호 관계를 통해 기업은 내부 임직원을 넘어 고객 수요 충족을 위한 또 다른 아이디어의 원천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상윤ㆍ정찬수 기자/ke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