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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티븐 킹에서 요나손까지 인기작가들의 신작 출간, 휴가길이 즐겁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이 소설들과 함께라면 휴가길이 즐겁다. 해외 거장, 인기 작가들의 신작 소설이 최근 잇따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공포, 코미디 등 대중 장르 소설도 있고 삶과 관계를 진지하게 탐색하는 멜로드라마도 있으며, 성ㆍ인종ㆍ계급에 관한 미국사의 뿌리를 추적하는 작품도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과 미국 장르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 세계적인 인기 작가 파울로 코엘료, 데뷔작 단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오른 요나스 요나손 등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의 가슴이 설렐만하다. 



▲스티븐 킹의 ‘닥터 슬립 1,2’(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작가가 농담 섞어 표현했듯 백악관의 열쇠가 ‘조지아에서 땅콩을 기르던 농부’로부터 ‘배우답지 않게 까만 머리’와 ‘배우답게 매력적이고 미덥지 못한 미소의 소유자’인 전직 배우를 거쳐, ‘고릿적 엘비스 헤어스타일에 색소폰 연주 솜씨가 형편없는’ 대통령에서 ‘카우보이 대통령’(조지 부시)에게로, 그리고 다시 최초의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까지 이르게 된 시간이었다. 미국 장르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걸작 ‘샤이닝’ 이후 36년만에 속편인 신작 ‘닥터 슬립1, 2’(이은선 옮김, 황금가지)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약 1년만에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샤이닝’에서 주인공이었던 5살 소년 대니의 ‘사건’ 이후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글이 얼마나 심박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 ‘샤이닝’이었다면 속편은 ‘순연의 공포덩어리’에서 좀 더 양념이 많이 섞인 ‘판타지’로 변태했다. 소설 속에서 실명으로 인용되는 작품처럼 ‘닥터 슬립’은 ‘샤이닝’의 세계가 ‘트와일라잇’과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그리고 ‘헝거 게임’과 ‘왕좌의 게임’의 시대와 만나 이룬 변화의 결과다.

1970년대말 오버룩 호텔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와 화재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된 대니는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상처로 인해 알콜에 의존해 삶의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중년의 남자가 됐다. 그 불행의 뿌리는 ‘샤이닝’이라는 남다른 능력이었다. 그는 다른 이의 마음이나 과거를 읽을 수 있고, 죽은 자의 영을 보며, 미래에 닥칠 일을 예견할 수 있었다. 이 저주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술에 의지하는 것 뿐이었다. 술집과 뭇여인의 품을 전전하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그는 특별한 육감으로 티니타운이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하고 마음을 다잡아 알콜중독치료모임에 나가기 시작하며 무너진 삶을 회복하려 안간힘을 쓴다.

그는 술을 끊으면서 다시 돌아온 ‘샤이닝’으로 인해 ‘아브라’라는 존재의 희미한 신호를 감지하게 되는데, ‘아브라’는 대니 이상의 ‘샤이닝’ 능력을 가진 소녀였다. ‘아브라’가 십대의 소녀로 성장해가던 어느날 낯모르는 한 소년의 죽음과 그를 살해한 ‘트루 낫’이라는 집단에 대해 알게 된다. ‘트루 낫’은 스스로도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이들로, 또 다른 ‘샤이닝’을 가진 사람들을 사냥해 그들의 ‘기’를 빨아먹고 영생과 젊음을 누리는 패거리였다. 소설은 대니와 아브라, 트루낫 사이의 심리전과 추격전을 중심에 놓았다. 



▲토니 모리슨의 ‘자비’(송은주 옮김, 문학동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토니 모리슨의 신작으로 지난 2008년 발표한 것을 이번에 우리말로 옮겨 출간됐다.

미국이 건국되기 전인 17세기말 아메리카 대륙의 한 농장을 배경으로 다양한 인종과 출신, 계층의 인물들의 삶을 통해 미국 역사와 사회의 뿌리를 탐구한 작품이다. 출판사측은 ”어떻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인종주의와 노예제도가 뿌리내리게 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인간의 삶을, 특히나 여성의 삶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특유의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써내려갔다”고 소개했다.

1680년대 얼굴도 본 적없는 숙부로부터 땅을 상속받아 바다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온 백인 농장주와 영국출신의 아내, 주인의 빚탕감용으로 농장에 발을 들이게 된 흑인 노예 소녀, 전염병으로 부족을 모두 잃고 노예가 된 원주민, 난파된 배에서 살아남아 농장으로 흘러든 혼혈소녀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폭력과 침탈로부터 분리된 채 작지만 평화로운 공동체로서 살아가던 이들은 농장주의 죽음과 함께 냉혹한 바깥 세계의 삶으로 내몰려간다. 백인 남성이 아닌 여성, 흑인, 노예라는 존재로서 맞딱뜨려야 하는, 동정없는 현실 속에서 자기 구원을 향한 고된 삶의 여정이 담겼다.

시애틀 타임스는 “무겁지 않으나 강렬하고 시적인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힘들이 서로 결합해 인종주의와 성차별을 어덯게 강화시키는지 보여준다”며 “토니 모리슨이 쓴 모든 소설의 원전 같은 책”이라고 평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불륜’(민은영 옮김, 문학동네)


‘연금술사’ ‘11분’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온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좋은 집과 성실한 남편, 나무랄 데 없는 두 아이 등 완벽한 삶을 살아가던 30대 여성인 주인공이 어느날 맞딱뜨린 위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렸다.

신문기자인 주인공 린다는 우연히 고교 시절 남자친구이자 이제는 재선을 노리는 유명 정치가가 된 야코프를 취재하게 된다. 둘의 만남 후 충동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이때문에 린다의 일상은 모든 것이 변화하게 된다. 여성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소설로 소유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자 진정한 사랑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내용이라고 출판사는 소개했다.

린다와 그녀의 옛 애인인 야코프 사이의 정사 장면이 에로틱하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작품은 단순한 성적 스캔들을 넘어 삶의 권태와 우울 등 인간의 본원적인 감정을 파고 든다. 그녀가 옛 사랑에 다시 빠져드는 것은 단순한 육체적 쾌락이나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그녀 안의 심연,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발견한 유일한 사람’으로서 상대에 대한 지향 때문이었다. 전율과 죄의식 사이에서 거듭되는 관계의 끝에서 마주치는 진실이 독자들을 소설의 마지막 장까지 인도하는 힘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코엘료는 스위스 제네바에 8년째 거주 중이며 현지의 명소를 작품 안의 배경으로 끌어들였다. 제네바의 생피에르 성당, 바스티용 공원, 귀스타브아도르 선착장 뿐만 아니라 니옹과 알프스 인터라켄, 융프라우 등의 도시는 소설 속 인물들을 따라가는 여행지로서 작품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법하다. 



▲요나스 요나손의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최근 국내 서점가와 극장에서 흥행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나스 요나손의 두번째이자 신작 장편 소설이다. 이번 신작 역시 전작처럼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13년 스웨덴에서 출간된 지 6개월만에 26개국에 판권이 팔리고 전 세계 판매부수 150만부를 돌파했다.

출판사측은 “이번 신작에서 요나스 요나손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십분 발휘해 독자들을 배꼽 잡게 만드는 한편,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부조리하고도 불합리한 체제와 사회 구조에 대한 은근하고도 통렬한 풍자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바보들’과 ‘이 세상에 가득한 바보들’이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아공의 흑인 빈민촌에서 불우하게 태어난 여인으로, 그가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여정을 겪으며 세계의 왕 및 정상들과 사귀며 세계 평화의 열쇠를 쥐게 된 기막힌 사정을 그렸다.

주인공 놈베코는 인종분리주의정책이 극심하던 1961년 흑인 빈민촌에서 태어난 여인이다. 아버지는 도망가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뜬 후 놈베코는 다섯살 때부터 공중화장실의 분뇨를 치우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그러나 수(數)에 대한 감각만은 타고 난 놈베코는 문학애호가인 옆집 호색한과 라디오를 통해 글과 말을 깨우친다. 호색한이 강도에 습격당해 죽고 그 집에서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놈베코는 그 길로 빈민촌에 탈출하고 뜻밖의 사건과 사고 끝에 핵무기 개발 비밀 연구소의 청소부로 일하게 된다. 아버지 덕에 자리를 차고 앉은 멍청한 허수아비 연구소장 뒤에서 실질적인 연구자로 암약하던 놈베코는 잘못 생산된 핵폭탄 하나를 떠안게 된다. 어떻게든 핵폭탄을 처리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놈베코는 이제 세계 평화와 안전의 책임을 한 몸에 지게 됐다. 소설은 탁월한 지능과 영리함을 갖춘 놈베코가 핵폭탄과 각종 우스꽝스러운 인물 사이에서 겪는 기상천외한 모험을 담았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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