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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 정의선 ‘3세 맞대결’?
새 주인 찾는 ‘강남 노른자위’ 한국전력 본사부지 입찰
이건희 · 정몽구회장 ‘기아차 인수’ 대결이후
삼성 · 현대차 16년 만에 代이어 격돌…새 전기될 한전부지 놓고 자존심 승부


‘재계 라이벌’ 삼성과 현대가 16년만에 맞대결을 펼친다.

1998년 기아자동차 인수를 놓고 맞대결을 펼쳤던 두 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놓고 정면승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장(主將)은 다르다. 16년 전에는 2세(世)인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었지만 이번에는 3세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다.

한전 부지는 넓이만 축구장 12개를 합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지가는 1조4837억원, 장부가액은 2조73억원이지만, 시세는 3조∼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삼성의 최고의사결정권자는 이 부회장이다. 4조원 짜리 딜(deal)은 이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경영 책임을 맡은 후 최대규모다. 삼성은 해당 부지에 대해 그룹 차원이 아닌 삼성생명 등 일부 계열사가 사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신중한 모습이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길 경우 이 부회장의 중요한 성과가 될 가능성은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한전 부지를 인수해 삼성동 일대를 쇼핑과 호텔 등을 묶은 복합유통단지로 개발하려한다는 관측도 있다. 물론 삼성은 이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재계 1위자리를 굳힌 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늘 배제돼왔다. 이른바 삼성에 대한 경제집중 우려 탓이다. 하지만 이번 입찰은 기업이 아니라 부동산인만큼 따가운 시선을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

정 부회장에게도 이번 입찰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성동구 뚝섬 인근 옛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에 110층 규모로 지으려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30여개 계열사에 임직원만 1만8000명에 달하지만, 서초구 양재동 사옥은 너무 좁다. 입주사는 5개사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5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결국 부친인 정 회장이 양재동 시대를 이끌었다면 삼성동은 정 부회장 자신의 시대를 관통할 둥지가 된다.

16년전의 승부에서는 현대차가 이겼다. 정 회장은 기아차 인수를 바탕으로 자동차전문그룹을 일궜고, 최근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인수하고 선친의 꿈인 일관제철소까지 건설하면서 굴지의 대그룹을 이뤘다. 하지만 그렇다고 삼성이 진 것은 아니다. 기아차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인수에 따른 부담을 줄인 덕분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반도체와 휴대폰 등에 집중해 글로벌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입찰의 승자에는 또다른 숙제가 남겨질 전망이다. 인수한 부지를 새로운 목적에 맞게 개발하는 숙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국내 최정상 건설사들이다. 전자와 자동차라는 본업과는 차이가 있지만,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도 이들 차세대 지도자들의 경영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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