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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사의 골프백 - 신치용 감독> “채는 안가리지만, 요즘은 3번 우드가 제일 예뻐요”
- 신치용 삼성화재 프로배구 감독
아이언세트는 14년째, 드라이버도 10년 쓰다 작년에 바꿔…“한 가지를 오래 쓰는게 천성”


요즘 여성 블로거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게 있다. ‘인 마이 백(In my bag)’이라는 릴레이 포스팅인데, 지갑·화장품·다이어리 등 자신의 핸드백 안에 있는 소소한 아이템들을 다 공개하고 다른 블로거에게 바통을 넘기는 식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속사정이 참 궁금하다. 골퍼들도 마찬가지다. 카트에 실린 동반자들의 골프백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드라이버는 뭘 쓰는지, 아이언은 최신형인지, 퍼터는 내것보다 손맛이 좋은지…. 골프백 안엔 그 사람의 골프 역사와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명사와 스타들의 골프백을 통해 그들의 행복한 골프이야기를 들어본다.

“3번 우드가 요즘 가장 예뻐요. 제겐 효자죠.”

지난 시즌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우승을 이끈 신치용(59) 삼성화재 배구 감독은 올해로 구단 지휘봉을 잡은지 만 19년이 됐다. 골프 구력은 이보다 한 해 적은 18년이다. 대학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남들보다 늦게 골프채를 잡았다. 마음에 드는 선수들을 데려오려면 선수 부모, 대학 감독과 골프를 치며 친분을 쌓아야 했다. 처음 머리를 얹은 건 1996년 6월 안양CC에서다. 구단 단장, 선수 아버지, 대학 감독과 첫 라운드를 했는데, 그날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른 사람이 쓰던 채를 빌려 18홀 내내 볼을 굴리고 다녔어요. 정말 단 한 번도 볼을 띄우지 못했어요. 바로 다음날 회사에서 들어오라 하대요. 하도 딱한지 골프채 한 세트를 선물로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받은 생애 첫 골프채가 윌슨이었어요.”

신치용 감독에겐 세가지 골프 철칙이 있다. 선수들에게 절대 골프를 못하게 하는 것과 시즌 중엔 라운드는 물론 연습장에도 가지 않는 것. “선수들에게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지막은 골프도 배구처럼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충대충 치는 사람들 보면 참 멋없잖아요. 한번 치면 악착같이, 죽기살기로 쳐야죠.”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좋은 목수가 연장 탓 하나요?”=신치용 감독은 여느 골퍼들과 달리 골프채 욕심이 그다지 많지 않다. “목수가 연장 탓 하냐”는 게 그의 신조다. 2001년 구입한 야마하 파워매직 703GT 아이언세트를 14년째 쓰고 있다. 2003년 구매한 야마하 인프레스 드라이버는 10년간 쓰다가 작년에 캘러웨이 엑스핫으로 바꿨다. 그나마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다. 주위에선 “있는 사람이 더 한다”며 골프채 좀 바꾸라고 성화다. “그냥 한 가지 오래 쓰는 걸 좋아해요. 그게 제 천성이에요. 게다가 연습도 별로 안하는 제가 좋은 골프채 써봐야 별로 나아지지도 않을 것같고, 허허.” 드라이버는 잘 맞으면 250~260야드 가량 보낸다. “한참 팰 때는” 270야드 이상 날렸다. 상대가 특출난 장타자만 아니면 거리로는 지지 않는다고 한다. 티클라우드CC(예전 다이너스티CC) 비체코스 내리막 315m 9번홀(파4)에선 종종 원온을 한다. 그가 요즘 가장 아끼는 클럽은 캘러웨이 레가시 퍼플 3번 우드다. “3번 우드가 잘 맞으니까 드라이버 거리가 잘 안나도 신경이 안쓰여요. 200~220야드 정도 남았을 때 3번 우드로 세컨드샷 날리면 틀림없이 그린에 올라가니까. ‘220야드 남았으니 스리온 하겠구나’ 동반자가 생각할 때 요걸로 탕 쳐서 올라가면 그 맛이 아주 짜릿하죠. 요새 제일 아끼는 무기에요.(웃음) 거리 많이 남아 투온 못시키겠다 했는데 우드로 투온 시킬 때, 그린 근처 벙커에서 파온 할 때, 어프로치 잘 붙여서 오케이 받을 때, 이럴 때 제일 기분 좋죠.”


▶“홀인원은 아직…힘 빼고 치니 더 잘 맞네요”=골프는 독학으로 배웠다. 그러나 후배들한텐 절대 혼자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신영철 감독이나 임도헌 코치, 김세진, 신진식 등 후배들이 처음 골프 시작할 때 제가 입이 닳도록 강조한 거에요. 돈 아까워하지 말고 무조건 3개월은 코치에게 배우라고. 제가 프로한테 돈주고 배운 적이 없거든요. ‘내가 배구를 수십년 했는데 서 있는 공 하나 못치겠냐’ 했던 거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특히 배구인들은 오른손으로 자꾸 공을 패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요. 골프는 폼이 좋아햐 하는데, 이제 그걸 깨달아서 요즘 자세 잡기 시작했어요. 물론 이것도 독학이죠, 허허.” 작년에 허리 수술을 하면서 그제서야 힘 빼고 살랑살랑 치는 법을 배웠단다. “선수들한테 배구 가르칠 때 그러죠. ‘야 인마, 힘으로 배구하냐! 힘 빼, 힘 빼. 그리고 공 좀 똑바로 쳐다봐라. 네가 닭이냐. 왜 공 때릴 때 목이 홱홱 돌아가냐.’ 그러곤 속으로 저한테 그러죠. ‘니는 공 칠 때 헤드업안하나.’(웃음)”

베스트스코어 76타는 2007년 가평베네스트CC에서 했다. 골프 재미에 가장 빠졌을 때다. 시즌 끝나고 일주일에 9차례 라운드를 나가기도 했다. 요즘은 비시즌에도 한달에 7~8번 정도만 나간다. 공식 핸디는 12개. 봄 가을 스코어가 하늘과 땅 차이다. 10월에 배구 시즌 시작하면 골프백은 딱 들여넣고 손도 대지 않기 때문이다. 봄에 92~93타에서 시작해 가을엔 78~79타로 끝난다. 선수들에게 골프는 절대 금물이다. 부상 때문이 아니다. 이 재미에 한 번 빠지면 골프가 눈앞에서 어른거려 좀체 배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사위인 박철우(삼성화재)도 마찬가지. “제일 신나게 라운드 나가는 게 언제인줄 아세요? 박철우한테 집에서 애 보고 있으라고 하고 마누라랑 두 딸과 나가는 거죠. 한번 그랬는데 좀 미안하더라고요,(웃음)” 그린에서 공은 늘 자신이 놓는다. 사람의 눈이 천차만별이라 똑같은 곳을 봐도 보는 눈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에게 골프는 뭘까. “골프는 그냥 나 자신 같아요. 골프를 속이는 건 나를 속이는 거니까요. 골프를 통해 나를 봐요. 내가 얼마나 흥분하는지 또는 얼마나 지금 마음이 편안한지. 골프로 상대방이 신뢰할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다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나저나 누가 옆에서라도 홀인원하는 걸 좀 봐야 운이 좋을텐데. 다음 시즌 우승도 해야 하고, 허허.” 


신치용 감독의 골프채 라인업

●드라이버 - 캘러웨이 엑스핫 (9.5도, 샤프트강도 S) 평균 230~240 야드
●우드 - 캘러웨이 레가시 퍼플 3번(15도, 강도 S) 200 ~220야드
●유틸리티- 맨프라이데이 RC1 (20도) 김세진에게 받음. 200야드.
●아이언 - 야마하 파워매직 703GT (3~9번, P, A, S) 8번 아이언 애용(145야드)
●퍼터 -예스 퍼터 블레이드형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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