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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시 등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新키즈 AM라이프” vs “맞벌이 라이프 파괴”
[헤럴드경제=이태형ㆍ서지혜 기자]일부 도교육청이 초ㆍ중ㆍ고 등교 시간을 늦추겠다고(9시 등교) 나서면서 교육계에 미칠 그 여파가 주목된다.

당장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초등 저학년생을 자녀로 둔 일부 맞벌이 엄마는 결사 반대하고 있다. “아이를 9시 등교에 맞춰 데려가면, 회사엔 9시30분 또는 10시에 출근하란 말인가” 등의 불만도 표출된다.

일부 찬성 기류도 감지된다. 아이를 어렸을때부터 시간 다툼 속에서 경쟁구도로 밀어넣고 있는 현실과 제대로 아침식사를 챙겨주지 못한채 부리나케 학교로 달려가게 만드는 촉박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찬성 측의 논리다.

문제는 양측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9시 등교 논쟁’은 점점 뜨거워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맞물려 있는 만큼 종합적인 검토와 여론수렴이 된 상황에서의 해법도출이 중요해 보인다.

논쟁 불을 지핀 곳은 경기도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5일 ‘경기학생자치회 토론회’에서 이르면 2학기부터 경기도 내 초ㆍ중ㆍ고교에서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일선 고교에서 정규 수업 이전에 하는 이른바 ‘0교시’ 수업을 폐지하도록 지시해 등교 시간을 30분 가량 늦췄다.

등교 시간 조정 문제는 오는 23일 열리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등하교 시간은 학교장 고유 권한”이라며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성명을 통해 “학생 건강권을 보장하고 가족 간 아침식사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학교ㆍ구성원 여건을 도외시한 채 교육청이 등교시간을 일괄 조정하는 것은 부작용만 양산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맞벌이 가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아침 출근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고은영(45ㆍ여) 씨는 “회사 출근 시간은 7시인데 초등학교까지 9시 등교가 확대될 경우 아이가 혼자 집에 있게 된다”며 “자영업을 하거나 어느 정도 형편이 되는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을 둔 서경석(36) 씨도 “맞벌이 부모들은 당장 출퇴근 시간에 걸려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고학년만 돼도 걱정이 덜 되겠지만 저학년을 둔 학부모는 출근 시간에 맞춰 일찍 집을 나서면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학교에 일찍 오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준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걱정의 목소리는 높다. 경기도의 한 공립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적 측면에서 9시 등교가 과연 바람직한지는 더 생각해볼 문제”라며 “수면시간이 늘어나더라도 지각생은 있을 테고, 지역마다 처한 현실이 달라 일괄적으로 정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대안까지 제시하며 도입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학부모인 전양희(45) 씨는 “9시 등교를 적용하고 있는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과 등교 전에 같이 시간을 보낸 뒤 수업을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주5일제 시행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일단 도입 후에는 익숙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용유(49) 씨는 “교육정책이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마련돼야 한다는 기본방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출퇴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 도입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고 했다.

한 사립초등학교 여교사는 “9시에 수업을 시작하려면 8시50분까지 등교하도록 해야 정상적으로 9시 수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한 시간 수업을 늦게 시작하는 대신 8시에는 아침 돌봄 교실 등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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