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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의 공포소설, 판타지 · 액션을 입다
1977년 발표한 ‘샤이닝’ 36년만의 후속작
전작이 섬뜩한 ‘순연의 공포덩어리’ 라면 속편은 해리포터 · 트와일라잇류의 ‘판타지’
불길하고 음산했던 문장도 선하게 바뀌어…냉소적 유머는 여전…휴가 동반자로 제격



닥터 슬립 1, 2권
/스티븐 킹 지음/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작가가 농담 섞어 표현했듯 백악관의 열쇠가 ‘조지아에서 땅콩을 기르던 농부’로부터 ‘배우답지 않게 까만 머리’와 ‘배우답게 매력적이고 미덥지 못한 미소의 소유자’인 전직 배우를 거쳐, ‘고릿적 엘비스 헤어스타일에 색소폰 연주 솜씨가 형편없는’ 대통령에서 ‘카우보이 대통령’(조지 부시)에게로, 그리고 다시 최초의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까지 이르게 된 시간이었다. 미국 장르소설의 대가인 스티븐 킹의 걸작 ‘샤이닝’ 이후 36년만에 속편인 신작 ‘닥터 슬립1, 2’(이은선 옮김, 황금가지)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서 출간된 지 약 1년만에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샤이닝’에서 주인공이었던 5살 소년 대니의 ‘사건’ 이후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거슬러 올라가 1977년 발표됐던 ‘샤이닝’은 여전히 스티븐 킹의 대표작이자 미국 대중 장르문학의 ‘클래식’으로 꼽힌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샤이닝’은 한겨울 외딴 호텔을 지키는 관리인 부부와 아들이 맞딱뜨린 불가사의한 사건과 사고를 그렸다. 알콜중독과 강박증에 시달리며 아들을 끊임없이 폭력의 위험으로 몰아넣었던 아버지와, 산자와 죽은자의 영을 보는 남다른 능력의 소년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과 공포를 담아냈다. 

이 소설에서 스티븐 킹의 문장은 방에 갇혀 문을 긁으며 죽어가는 자의 손톱 같이 기분 나쁘고, 한밤중 유령의 방문 노크처럼 섬뜩했으며, 끝을 알 수 없이 깊이 파인 구멍의 아가리처럼 불길했다. 귀신이나 괴물의 출몰없이 심리와 정경 묘사만으로 글이 얼마나 심박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 ‘샤이닝’이었다. 

그러나 속편은 ‘순연의 공포덩어리’에서 좀 더 양념이 많이 섞인 ‘판타지’로 변태했다. 소설 속에서 실명으로 인용되는 작품처럼 ‘닥터 슬립’은 ‘샤이닝’의 세계가 ‘트와일라잇’과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그리고 ‘헝거 게임’과 ‘왕좌의 게임’의 시대와 만나 이룬 변화의 결과다. 

스티븐 킹은 “인간은 변한다.‘ 닥터 슬립’을 쓴 사람은‘ 샤이닝’을 썼던 그 사람 좋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다”고 토로한다.

1970년대말 오버룩 호텔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고와 화재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된 대니는 어린 시절의 고통스러웠던 상처로 인해 알콜에 의존해 삶의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중년의 남자가 됐다. 그 불행의 뿌리는 ‘샤이닝’이라는 남다른 능력이었다. 그는 다른 이의 마음이나 과거를 읽을 수 있고, 죽은 자의 영을 보며, 미래에 닥칠 일을 예견할 수 있었다. 이 저주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술에 의지하는 것 뿐이었다. 

그는 술을 끊으면서 다시 돌아온 ‘샤이닝’으로 인해 ‘아브라’라는 존재의 희미한 신호를 감지하게 되는데, ‘아브라’는 대니 이상의 ‘샤이닝’ 능력을 가진 소녀였다. 아브라는 갓날 때부터 특별한 방식으로 주위 사람들의 위험과 죽음을 미리 감지해 표현했으며, 다른 이의 생각을 읽었을 뿐 아니라 마음만으로 피아노를 연주했으며, 물건들을 움직이기도 했다. 심지어 말 못하는 갓난 아이 때에는 멈추지 않는 울음과 부모의 꿈을 통한 계시로 9ㆍ11테러를 경고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샤이닝’의 모든 문장과 이야기가 거의 맹목적일 정도의 공포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닥터 슬립’은 수수께끼를 풀어가고 사건이 전개되는데 전력을 투구한다. ‘샤이닝’은 심리라면 ‘닥터 슬립’은 액션이다. 

스티븐 킹은 2권 말미에 붙인 저자 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작품에 착수하면서 두려움을 느꼈을까?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샤이닝’은 사람들이 내 전작들 중에서 가장 등골이 오싹했던 작품을 꼽을 때 항상 순위에 오르는 소설이다. 나는 내 솜씨가 아직 쓸만하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괜찮은 공포소설의 추억에 부응할 방법은 없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사이코‘의 속편 중에는 훌륭한 작품이 적어도 한 편 이상 존재하지만, 그걸 본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아냐, 아냐, 그보다 못해, 라고 할 것이다. ”

그래서 스티븐 킹은 ”인간은 변한다. ‘닥터 슬립’을 쓴 사람은 ‘샤이닝’을 썼던 그 사람 좋은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라고 토로한다. 그래도, 스티븐 킹의 소설은 여전히 섬뜩한데가 있고, 냉소적인 유머도 여전하며, 무엇보다 여름 휴가길에 파트너가 될 자격으로는 여전히 최고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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