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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복권 '행운의 번호'가 뭐기에…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태국 군부가 복권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려하면서 서민들의 ‘대박의 꿈’ 마저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과 달리 미리 번호가 인쇄된 복권을 판매하는 태국은 ‘행운의 번호’가 찍힌 복권은 더 비싸게 팔려 서민들의 수익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군부가 복권 가격을 동일하게 규제하면 이를 부업으로 먹고 사는 농한기의 농민들, 장애인 등 일부 서민층은 생계유지가 힘든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태국에서 일반 복권 가격은 80바트(약 2600원)에 불과하지만 행운의 번호가 인쇄된 복권은 많게는 두 배가 훌쩍넘는 200바트(약 6400원)에도 팔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복권 판매상은 WSJ에 “만약 숫자가 좋으면 200바트에도 팔 수 있다”며 ‘0’이 많이 들어간 복권은 가치가 떨어져 50바트에 팔린다고 밝혔다.

농한기의 농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많은 서민들이 복권판매를 부업으로 삼거나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매년 판매되는 1억2500만달러의 복권 판매액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들 소규모 판매자들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군부는 이같은 시장상황을 간과하고 복권가격을 통일시키려 하고 있다.

한 상인은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의존해 살고 있다”며 “시절이 어려울 때는 숫자가 좋은 복권을 파는 것이 돈을 조금 더 벌어들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가격 상한선이 고정된다면 복권을 팔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우리는 손실을 입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일부 지역 소매상들은 재정적 타격이 클 것을 우려해 복권 판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사진=태국 정부복권사무소]

전직 정부복권사무소 총재였던 차이왓 파속파크디는 “군부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74.40바트에 거래되는 도매가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소매상에 80바트에 공급되면 숫자가 좋지 않은 복권은 할인판매를 하기도 해 전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국민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번 브라질 월드컵 경기를 공공장소에서 중계하기도 하고 블록버스터 영화 등을 무료로 상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복권 가격 문제로 일부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책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군부는 유럽이나 미국 등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복권 발매기를 비치하는 등 중간 유통단계를 배제하는 식의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태국인들이 행운의 번호를 좋아하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번호가 찍힌 복권은 이후에도 지하경제를 통해 거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운의 숫자에 대한 태국인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태국에선 신문에 행운의 숫자를 게재하기도 하고 교통사고가 난 차량 번호를 공개하기도 한다. 몇몇 도박사들은 행운의 숫자를 미리 예측해 이들 숫자가 적힌 종이가 팔리기도 한다. 심지어는 숫자 조합을 잘 뽑는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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