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 이지웅> 식구 감싸는 檢…사본 숨기는 警
검찰과 경찰이 숨진 재력가 송모(67) 씨가 남긴 뇌물장부를 두고 어처구니 없는 수사태도를 보이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송 씨가 숨진 상황에서 검ㆍ경이 수사에 적극 협조해도 모자란 판에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찰은 증거를 숨겼다가 뒤늦게 공개해 검찰을 골탕먹이려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송 씨가 남긴 장부에 현직 검사가 수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기록이 있다는 최초 언론보도가 나오자 서울남부지검은 금액이 200만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곧 300만원으로 정정하며 언론보도가 틀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결국 15일 숨진 송 씨의 장부를 경찰과 함께 검토한 결과 검사가 받은 것으로 적힌 돈은 1780만원이라고 재정정했다. 현직 검사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언론보도가 맞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는 커녕 2차례나 거짓해명을 하며 의혹을 뭉기고 감추려 한 셈이 된 것이다.

검찰이 착오를 일으킨 배경에 납득가능한 이유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은 누가 들어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가 어렵다.

검찰은 “송 씨 유족이 송 씨에게 불리한 내용과 금품 기재 내역을 수정액으로 지우고 폐기했는데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검찰은 진작 송 씨 유족을 불러 장부에 의심스럽게 수정액으로 덧칠된 부분에 대한 조사를 벌일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검찰이 현직 검사의 뇌물수수 의혹이 커질 것을 염려해 일부러 증거 확보 또는 확인 노력을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의검증(疑檢症)’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찰에 대한 비판은 수사태도에서 수사능력으로 그 주제가 옮겨갈 뿐 비판의 방향이나 강도가 낮아져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경찰도 검찰만큼 이상했다. 경찰은 수정액이 칠해지거나 장부가 일부 뜯겨나가기 전 완벽한 장부의 사본을 애초 확보해놓고도 검찰과 언론에 사본이 없다고 거짓말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ㆍ경이 해결 난망의 사건을 앞에 두고 한가롭게(?) 조직 간 암투를 벌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지웅 사회부 /plat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