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는 갑부 2세들의 ‘인증샷놀이’ 백태
의자받침대로 사용하기 좋다면서 다리 네 쪽을 모두 아이패드로 받쳐 놓았다. 수십만원일지 수백만원일지 모를 와인을 개 밥그릇에 쏟아준다. 지폐를 화장실 휴지 대신 사용하고도 인증샷이다. 수십억원대의 최고급 스포츠카와 명차들이 죽 늘어서 있는 차고<사진>를 보여주며 ’오늘은 뭘 타고 나갈지 걱정된다’고 한마디다. 문이 열린 비행기와 레드카펫이 깔린 승강대 사진에 붙어 있는 캡션은 ‘등교길’(back to shool)이다.
각각 명품 시계 한 개씩을 병목에 채운 최고급 와인이 수십병. 으리으리한 저택에 정원과 수영장을 뒷배경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소년의 테이블엔 호텔 뷔페식 저리가라할만큼 요리들이 쫙 깔렸다.
합성이거나 연출 사진이 아니다. 일상이고 실제 상황이다. 2~3년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부잣집 아이들의 인증샷’(The Rich Kids of Instagram)과 ‘부잣집 아이들의 스냅챗’(Rich Kids of Snapchat)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사이트와 모바일 SNS 사진 공유 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이다. 이들 앱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중에서 갑부 2세들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모아서 보여주는데, 대부분은 십대들의 철없는 ‘돈자랑질’이 주류를 이룬다. ‘부잣집 아이들의 인증샷’은 2012년 개설됐으며, 이것이 인기를 끌자 뒤따른 것이 ‘부잣집 아이들의 스냅챗’이다.
이들 사이트는 최고급 스포츠카의 좌석이나 요트에 수십개의 명품 가방들을 아무렇치도 않게 내던져놓은 사진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정원, 으리으리한 저택, 안마당의 비행기, 주차장에 늘어선 수십대의 고급 스포츠카 등의 사진이 보통이다. 보통의 소년 소녀들로선 상상조차 불가능한 생활이 과시되고 있다. 이들은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을 불러 수영장 파티를 하거나 요트에서의 모임을 즐긴다.
이들 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갑부 2세들의 철없는 행동이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보통사람들이나 서민들에 대한 멸시나 혐오감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실내화에 샤넬의 로고를 그려넣는 사진을 올리고 “장학금에 목숨거는 아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요지의 캡션을 다는가하면, 비행기 실내 사진을 찍고 “평민들과 같이 타는 것이 제일 큰 고역”이라는 글을 달아 놓기도 한다. 이들 일부 갑부 2세들의 철없는 돈자랑질은 위더스월드와이드가 조사한 바, 왜 슈퍼리치들이 자녀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이형석기자/suk@heraldcorp.com